이 책은 서울 가톨릭 대학 교수로 봉직하시며 신학연구와 후배양성에 진력하시는 심상태 신부님께서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번역한 것이다. 이 논문의 내용은 비 그리스도인의 구원 가능성과 비 그리스도교 내지 타 세계관의 구원 의미성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독일의 세계적인 가톨릭 신학자 칼라너(Karl Rㆍahner 1904~1984)의 익명의 그리스도인 이론을 연구 비판한 것이다.
칼 라너에 의해 사용된 익명의 그리스도인 이란 말은 60년대 이후 서구 신학계에서 유명해진 신학 유행어이다.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란 타 종교인들 또는 무신론자들의 구원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그들에게 부여하는 칭호이다. 말하자면 교회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과 형식적으로는 비그리스도교인이라 할지라도 내욕적으로는 그리스도교적 실존을 영위하고 있는 여타의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이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이름이 굳이 필요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그리스도교가 세계의 많은 종교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소수적 상황에 직면해서 하느님은 만인의 구원을 원하신다는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의 공리(公理)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비롯된다.
라너는 자신의 초월-인간학적 신학의 바탕위에서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의지의 공리를 재해석한다. 이 초월-인간학적 신학의 바탕위에서 하느님의 보편적구원 의지의 공리를 재해석한다. 이초월-인간학적 신학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 지향의 절대 초월로 규정된다. 다른 말로 인간은 근본적으로 요구원적(要求援的)존재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스콜라 신학은 이것을 지복직관(至福直觀 visio beatifica)에 대한 자연적 열망으로 표현했던 것이며 이 요구원적 열당에 상응하여 인간들은 다양한 종교적내지 구원적 행위를 역사안에 연출해 왔던 것이다. 이 일반적 구원행위 속에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철저한 긍정을 내포하는 자신의 현존재 수용이 이루어질 때 라너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의 그리스도교 성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후반부는 익명의 그리스도인 이론의 정당한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아울러 그 한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엮어져 있다. 교회-성사적 생활의 실질적 해소 위험과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적 구원 중재자성의 논란 등은 일반적인 비판의 내용인데 저자는 여기에다 독자적 입장의 서술을 첨가하고 있다. 쇼펜하우어 등이 말하는 삶에의 의지를 생명현상의 기본으로 이해하고 고통과 소외, 죽음으로 조건지워져 있는 인간의 기본처지를 강조하면서 저자는 라너의 관념주의적 인간이해를 비판한다.
관념주의적 인간이해는 인간의 비참성을 망각하고 신화에의 그릇된 망상을 불러일으키며 실천을 등한시하는 해석에만 치중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 소외의 현실을 개선하고 그리스도교의 진정성을 고수하는 길은 십자가의 어리석은 역설밖에는 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므로 그리도교의 보편적 진리요청은 막연한 유토피아적 환상보다는 자신의 정황에서 십자가를 지는 구체적인 실천으로부터 가능하다고 결론짓는 것이다.
심상태 신부님의 열번째 책에 해당하는 이익명의 그리스도인이 우리나라 신학계에 미칠 발전적인 공헌은 벌써부터 예상할 수 있는 바다. 아울러 이 시대를 고민하여 살아가는 많은 구도자들의 물음에 신부님의 이 책이 신중한 답변으로 제시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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