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공산주의 두 이념의 대립으로 국토가 분단돼있는 우리의 상황속에서 교회는 과연 공산주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어떻게 사람들을 지도하고 있을까. 서울대교구 교육국(국장·나원균 신부) 은 혼란스러운 우리의 현실정을 감안, 사목자들이 공산주의 이론과 허구성을 올바로 이해하고 사목에 임할 수 있도록 성직자와 수도자를 대상으로 「마르크시즘과 가톨리시즘」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마련했다.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오후2시 가톨릭회관에서 개최된 이번 강연회에서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강연 몇편을 간추려 소개한다. 다음은 오경환 신부(가톨릭대) 의 「마르크스주의와 해방신학」강의를 요약한 것으로 上下 두차례로 나누어 소개한다
Ⅰ, 서론
이 글은 해방신학과 마르크스주의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있다. 해방신학안에 마르크스주의의 색채가 얼마나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보는 데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해방신학은 마르크스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상이 아니라 현대신학의 한갈래이기 때문에 신학적인 개념과 논증, 성서의 인용과 해석들로 거의 채워져 있고, 마르크스주의 개념이나 그 언급은 실재로 드물게 발견되고 있다. 그것들이 발견되는 경우에도 비교적 간단하고 짧은 언급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상당한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고 아직도 많은 한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생각된다. 해방신학 비판자들이 이 문제를 언제나 지적하며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1984년 교서에서 교황청의 라침거 추기경이 해방신학에 대하여 제기한 두가지 비판중의 하나도 이 문제였다. 따라서 해방신학이 얼마나 마르크스주의와 연관성을 가지며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고찰해 보는것은 중요하다.
해방신학과 마르크스주의의 관계를 제대로 다루자면 우선 양쪽 전체를 모두 고찰해야 되겠으나 지면상 이글에서는 네가지 측면을 다루도록 할 것이다.
그 네가지 측면이란 종속이론과 제국주의 이론, 신학과 사회적 상황의 관계, 신학과 실천의 관계, 계급과 계급갈등이 될것이다.
Ⅱ, 본론
1, 세계 자본주의와 종속이론
해방신학이 마르크스주의와 연결을 맺고 그 분석법을 수용한다는 근거는 해방신학이 라틴아메리카의 방대한 빈곤과 억압적상황등 저발전을 설명하는 데에 종속이론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종속이론의 내용을 보면 그것이 마르크스와 레닌의 고전적 제국주의이론의 현대적 연장이라고 볼수 있다. 종속이론과 고전적제국주의이론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그 구조와 기능면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제국주의적이라는 공통의 기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제국주의적이라는 이유는 자본주의 세계경제 체제내부에는 필연적으로 중심부와 주변부의 구분이 발생하고, 그들의 관계는 불균등한 분업의 원칙에 입각하여, 중심부에 의한 주변부의 착취가 이루어지는 봉건적 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종속이론은 제국주의 이론에 그 모체를 두고 있으면서도, ECLA와 Baran이 도입한 종속개념과 계급분석론에 의해서 성숙하였다. 라틴아메리카의 저발전은 그 지역국가들이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일차상품을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하는 구조적 종속엣서 연유하였다는 것이다. 그뿐아니라 자본주의의 팽창은 후진지역에 경제적 침체매판정권의 출현, 그리고 매판자본가 독점자본가 지주층을 형성하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종속이론은 주변부의 시각에서 진술하고,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주변부에 초래하는 악영향에 촛점을 맞춘다.
해방신학자들은 라틴아메리카의 방대한 빈곤·빈부의 극심한 격차·억압적 상황을 비인간적이고 죄악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그러한 경제적·정치적 속박에서의 해방을 가져오는데에 기여하는 신학을 건설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의 저발전에 대한 사회과학적분석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사회과학자들과의 잦은 교류를 통하여 종속이론이 라틴아메리카의 저발전을 가장 만족스럽게 설명하는 확신에 도달하였다.
해방신학자들이 종속이론을 마르크스주의 분석이라고 생각하면서, 적어도 마르크스전통에서 파생된 분석이라고 알면서 사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해서 여러사람들이 지적하였듯이 해방신학자들이 종속적분석에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사회과학자들의 학설을 받아들이며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 이론이 많은 비판도 받고 고전적 제국주의 이론과 연관성을 갖늗다 하더라도, 적어도 제3세계에서 상당히 널리 수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해방신학자들이 그것을 수용하는 것을 크게 문제 삼을 것이 있는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2, 신학과 사회적 상황의 관계
전통신학의 입장과는 달리 해방신학이 마르크스주의에서 하나의 중요한 시각을 받아들이면서 신학자체에 대하여 독특한 입장을 분명하게 취하고있는데, 그것은 신학도 하나의 지시체계이고 관념체계로서 기존 사회상황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고 그것의 영양을 받는다는 점이다.
해방신학은 신학이 지배계층의 지배와 이권을 옹호하는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모든 종교와 신학은 지배적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현상유지에만 기여하고, 사회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마르크스의 주장에는 반대한다.
해방신학자들은 또한 신학이 종속적이고 무기력한 상부구조와 부수현상만은 아닌것으로 보고있다. 신학의 상대적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해방신학자는 마르크스처럼 오해와 논쟁을 야기하기 보다는 더욱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들은 해방신학은 교회와 신자들의 해방실천을 창출하며 이것을 통해서 기존체제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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