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부터 현재까지 중국대륙에서 40년이상 사제생활을 해오고 있는 임복만(바오로)신부가 공산 치하에서 박해받고 있는 가톨릭, 애국연맹의 실체 등을 생생히 엮어 최근 전주교구 신부에게 보내왔다. 본사는 임신부의 사목 체험기를 입수, 5회에 걸쳐 소개한다.
1942년 4월 만주국 신경(新京ㆍ現 길림성 장춘)성당에 도착한 나는 불란서인 고덕혜 주교 각하의 각별하신 지도를 받아 4~5개월간 중국어를 공부했다. 그후 같은해 10월 경 흑룡강성 해륜현 해북진성당에서 우 신부(불란서인)를 만나 선목촌성당에 도착했다.
선목촌성당은 우리 조선인 신자들의 성당으로 일찌기 정준수라는 조선인 교우가 중국에 들어와 해북진 본당의 주임 신부와 교섭, 천주교회의 땅을 빌려서 거주할 집과 성당을 짓고 벼농사를 개척하는 한편 각지에 흩어져사는 많은 교우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는 목자를 요청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 이 본당의 초대주임신부는 조선인인 김선영 신부였고 2대는 왕신부였고 내가 3대 주임신부였던 것이다.
당시 선목촌 일대에 7~8개 농촌이 있었는데 주민의 대다수가 천주교 신자로서 조선인 신자만도 천여명이나 됐다. 나는 봄가을이면 쉬지않고 흑룡강성(黑龍江省)을 두루다니며 많은 우리 교우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차 이듬해인 1943년으로 추측되는데 내게 뜻하지 않은 지난 (화재)이 찾아왔다. 그것은 내 식간에서 밥짓는 아줌마가 침실에 불을 지피다가 잠시 나간사이 불이나 침실은 물론이고 미사를 봉헌하던 방에까지 불길이 번진 화재사건이었다.
다급하던 차 내가 성체를 급히 모시고 밖으로 나와 무릅을 끓고 성합을 높이 받들고 주님께 간절이 빌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성당을 피해가던 불길이 마침내 잡혀버린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것이 천주님의 특별한 은총이었음을 굳이 믿어 의심치않고 있다.
1945년 8월, 부친께서 두번째 다녀가신 후인 성모승천일 직전에 해륜현(海倫縣)경찰서에서 나를 체포해갔다. 이 사건은 일본이 패망을 앞두고 평소 요시찰인물로 지목하고 있던 나를 불란서인 신부 두 분과 함께 붙잡아 죽이려했던 것이다. 해북진에 있던 두불란서 신부들은 나보다 먼저 체포되고 나는 그후에 구치소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일본이 패망함으로써 우리는 가까스로 풀려나와 조선만세를 소리높이 외치며 다시 우리 선목촌성당으로 귀환했다.
그때 수많은 우리 교우들이 폭우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고 환호성을 회치면서 환영했다. 정말이지 그날 우리들의 옷깃을 적신 것은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이 해방됐다고 교우들이 술먹고 흥칭거리고 있을때 또 다른 비극이 그해 9월 우리 앞에 다쳤다.
그것은 한창호와 안무생이란 교우가 서로 사이가 좋지않았는데, 본래 불량한 한창호가 자기 머슴을 데리고가 암무생(안중근의 5촌조카)을 죽여버린 살인사건이었다. 그후 한창호는 도망가고 머슴만 잡혀 안무생처의 손에 죽게됐다.
이 사건으로 나는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
그때는 국민당이고 공산당이고 간에 아직까지 정부가 수립되지않은 때여서 무정부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도적들이 심하게 날뛰어 각둔(各屯)에 수비군을 두어 치안을 담당했다. 그러나 그많은 도적들을 죄다 막아낼길은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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