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아이들과 함께 누우면 옆으로 돌려눕기 조차 어려운 월세 5만원의 단칸셋방. 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오로지 하느님만을 찬미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바램도 소망도 없다는 할머니가 있다.
70평생 동정을 지키며 오로지 하느님만을 사모하며 살아온 서울 화양동 본당의 김월성(안나ㆍ67)할머니.
남들이라면 그 나이에 손자들 재롱이나 보고 수발드는 며느리의 따뜻한 밥상이나 받고 있겠지만 오로지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며 이웃과 형제를 위해 살아온 할머니의 재산이라곤 전교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과 단칸방이 전부다.
한창 꽃다운 나이엔 갑자기 돌아가신 부모를 대신해 어린 조카 10명을 데려다 키우는 처녀엄마로 사랑을 실천해왔고 어느 정도 생계가 펴서 서울에 이사왔을 땐 삯바느질ㆍ봉투붙이기ㆍ실밥따기 등의 온갖 고되고 힘든 잡일을 하며 전교를 지속시켜왔다.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궁색한 호주머니를 뒤져 몇푼 안되는 돈을 집어주기에 인색하지 않은 할머니는 얼마 전에는 전주여산공소와 천호공소의 성지개발을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후원금 4천여만원을 모아주어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열성 속에서도 자기 자신에게만은 누구보다 엄격한 것이 안나 할머니의 특징이다.
『먹고 입기위해 큰 돈은 써본 일이 한번도 없다』는 할머니는 아직까지 남이 주는 옷가지와 가방 등을 챙겨 깨끗이 빨아 다시 사용하는 근검절약의 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오고 있다.
안나 할머니가 이렇게 자기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고 전생애를 봉혼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된다.
전라도 여산에서 3대째 구교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난 할머니는 기억도 할 수 없는 아주 어린 시절에 영세했고 우연히도「대모님」을 동정녀로 맞게된 것.
정신적 지주이기도한「대모님」과 수시로 영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할머니는 어린 마음에도「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이 동정녀」라는 생각을 품게됐다.
그래서「여자가 결혼 안하면 큰일 나는 일」로 생각하던 당시에 어느 회장집 아들과 혼담이 오고가자 안나 할머니는 과감히 어느 동정녀의 집으로 도피, 3년 동안 숨어 지내며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그때의 결단을 후회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할머니는 『그 당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결혼하기는 죽어도 싫었고 언젠가는 부모님도 이해해주리라 믿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억척스런 고집 때문인지 아직도 새벽부터 일어나 조카들 아침을 준비해 놓고는 부리나케 성당으로 달려간다.
안나 할머니의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조카아이들이 성당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주는것』. 『영세는 모두 했지만 아침 저녁기도에 함께 참여해주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웃음짓는 할머니의 표정은 70평생 내 것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이웃과 형제를 위해 살아온「욕심 없는 삶」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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