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아래로 내려다보면 지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높낮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우뚝 솟은 빌딩이나 높은산, 넓은 들…모두 그게 그거같다. 우리 인간의 능력 또한 그렇게 미세한 정도의 차이밖에 없을거라고 믿는다면…
연년생 언니가 있는 S는 언제나 불만이었다. 언니는 얼굴도 하얗고,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한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귀여움을 혼자 독차지다. <아무개네 집, 아무개엄마>할때도 언제나 언니이름이 등장한다. 아무리 「나」있다고 외쳐보아도 거들떠 보는사람 하나 없다. 의존적인 S는 외로움을 적절히 발산시키지 못하고 사랑에 대한 갈구가 언제나 거부당한다는 심정이 되면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높은 성적을 얻어야만이 「못난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겠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언니는 경쟁대상이 아니었다. 언니하고 싸우기라도 하면 엄마는 어느 한쪽에도 편들지않고 공평하게 대하려고 애를 쓴다고는 하나 어쩐지 S에게만 꾸짖거나 가로막는다. 동생으로서 언니에게 대드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다. 때때로 서로 비난하고 욕할 수도 있는 것인데 동생이라고 해서 언제나 눌려지내야 한단말인가. 맨날 헌옷 물려입는것도 지겨운데…」
어머니를 독점하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어 이욕구를 아버지에게 전환해 보았지만 또 역시 기대한 사랑을 받지 못한 S는 거의 참을 수 없는 질투를 언니에게 느꼈는데 설상가상으로 언니랑 같은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아무개 동생이 왔다』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학교의 모든 분들이 S에게 언니만큼의 기대를 거는 것이었다. 『나는 할줄 아는게 하나도 없는데…』
덜컥 가슴이 내려앉은 S의 하루하루는 두려움의 연속이였다. <있는 그대로>의 S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영어시간에도 수학시간에도, 체육시간에도 특별한 시선으로 주시를 하는 것이었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나는 나일 뿐인데 언니가 없었다면. 언니를 죽이고 싶다…!나는 얼마나 못된 아이냐. 언니를 죽이고 싶어하다니…」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오고가는 갈등의 대결에서 S는 두손들고 말았다.
<내가 쉴곳은 정신병원밖에 없다. 꿈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정경, 하얀시트카바위에 누워 상냥하고 친절한 간호원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잘생긴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한다. 그곳에는 경쟁도 없고 언니도 없고 오로지 내가 주체이다>자신이 형편없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S는 기진맥진한채 막무가내로 정신과에 입원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상담은 지정요법(RET) 적용, S의 비함리적사고를 잘라버리고 합리적 사고에로의 변화를 꾀해보았다.
『왜 꼭대기에 있어야 하는가. 공부를 못하면 가치없는 인간이란 말인가. 정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S는 자신의 존엄성을 어떤 조건에 진착시켜 스스로를 조그마한 상자속에 가두어버린 꼴이 된 것이라는 발견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해야만 한다』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인생관에서 탈피하여, 합리적인 태도를 갖게 됨으로써 『○○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하였다. S는 효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극심한 정신적 혼란을 극복하고, 자신의 잠재능력을 키워가며 장편소설까지 구상해보이더니 뛰어난 어학실력으로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학교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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