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오직 하나인 것처럼 사랑도 하나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어른과 아이가 있고 선인과 악인이 있습니다. 꽃이 있고 나비가 있고 새가 있고 나무가 있습니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며 산이 있고 강이 있으되 그것들은 결코 어느 하나도 떨어져서 있을 수 없습니다.
남자 없는 여자도 여자 없는 남자도 있을 수 없고 아이 없는 어른도 어른 없는 아이도 있을 수 없으며 꽃 없는 나비도 나비 없는 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람만 있고 꽃도 새도 나무도 없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나무도 풀도 없는 곳에 새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은 있는 것이 있어야 하는 곳이랍니다.
사람은 어떻게 하여 태어납니까?
한 남자와 한 여자로 하여 또 새로운 한 생명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없이는 태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으면 반드시 새 생명이 태어난다고 보증할 수도 없습니다. 모두가 개개로 존재하는 것(存在者) 그 자신보다는 훨씬 큰 힘을 가진 초월자의 힘을 생각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결코 풀릴 것 같지 않습니다.
가령 한 생명이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온 생명은 사라지고 또 뒤의 생명이 다시 생겨납니다. 영원히 죽어가고 영원히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체로서 이 세상에 변화는 조금도 없습니다. 만약 생명이 은총이라면 죽음도 은총일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 없이 생명이 없고 생명 없이 죽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하나인 것입니다. 오직 하나에의 귀결일 따름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물질이 있다가 없어지듯 인간도 그렇게 허무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간에겐 사랑이 있기 때문에 탄생도 죽음도 사랑으로 감싸면 환희로 맞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죽음은 슬픔만이 아니고 생명은 환희만이 아닙니다. 老子는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화담(徐花潭)도 역시 있는 것이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눈앞에 없어지는 촛불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만 모양을 바꾸어 이 세상 어디에 그대로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눈앞에 없어지는 촛불이 만약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 초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촛불이 아무리 타도 초는 또 생깁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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