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해를 바꾸고 맞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흔히들 『올해만은 뭔가 보람찬 일을…』하고 저마다 그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게 상례다. 이에 새해를 맞아 각계 인사들의 소망과 그 설계를 들어본다.
<편집자 註>
대구 파티마병원 내과 과장 도사금(아우구스띠노)씨. 지난 14일 외래 진찰실 문을 노크한 기자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자리를 권한다.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초부터 무척 바쁘신 것 같은데 특별한 계획이라도?
『뭐 별 계획이란 건 없습니다. 단지 새해를 맞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되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우리 신자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요. 물론 교세 통계상의 숫자로는 1백만을 넘었습디다만 질적인 면에서 진정한 신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어떨 때 그렇게 느끼시며 또 그렇다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대구 가톨릭의사회 회원으로서 또 파티마병원 내 가톨릭의사회 회장으로서 매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느끼는데 대부분의 신자들이 교회활동 참여 수가 적고 그 관심이 날로 희박해지는 것 같아요. 문화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서 신앙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거든요. 그러므로 현대는 교회에서 현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사목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에서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이를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는데 가톨릭 의사로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한지요?
『가톨릭 의사로서 보다 먼저 인간으로서 일단 수태된 생명체는 절대 중절시켜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국가적 가족계획 원칙에서는 내 개인이 어쩔 수 없겠지만 사전피임으로 조절할 일이지 생명체를 거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심장병 환자일 경우라도 그 상태를 보아 유산을 막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낙태죄를 합법화한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과연 인구 조절을 해야 하는지 자문할 때가 많지요.
그보다는 식량 증산 면이나 이민제도 면에 보다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인구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무의촌 진료를 비롯 하시는 일이 무척 많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올해의 계획은?
『정부에서 올해부터 생보자 등에게 의료 시혜제를 실시하므로 당분간 무의촌 진료는 지방의 본당 신부님이 요청할 때 이외는 중지할까 합니다. 그보다 더 올해는 우리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와 신심 앙양 면에 역점을 두고 싶습니다. 특히 항상 찡그린 표정의 환자들만 대하다 보니 이젠 습관화되고 만성화되어서 남의 고통스러움을 예사로 볼 때가 많은데 앞으로는 의사로서 남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게끔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식어져가는 내 신앙생활에 새로운 채찍을 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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