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안으로 뛰어든 아내의 얼굴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넘쳤다.
『앗 싹이… 싹이 돋아나고 있군요 파아란 싹이…』
『그렇소. 오만 본의 싹이 거의 백프로 모두 파아랗게 돋아나고 있소』
박교수씨는 두 눈을 감고 울고 있는 아내의 손목을 가만히 쥐어주었다.
그들 부부에게는 일제히 싹들이 부르는 파란 생명의 합창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싹이 트는 소리가 분명히 들리고 있었다.
『얻었오. 이젠 얻었오. 오만 본의 가장 뛰어난 밤나무들! 나의 밤나무! 우리의 미니밤나무를…』
그 후로 박교수씨는 더욱 신념에 불탔다. 그는 열띤 강의를 시작했다.
『어린 뿌리 거꾸로 접붙이기로 자란 이 미니밤나무는 결정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통 밤나무는 15년이라야 열리지만 이 미니밤나무는 일 년 1m의 키에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2ㆍ3년이면 수확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키가 작고 어려서부터 열매를 맺으므로 초밀식으로 총총히 심을 수 있고 약을 뿌리고 전정을 하는 데 편리할 뿐 아니라 밑에 풀이 자라지 못하므로 관리비를 대폭적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강의를 듣는 청중은 조금씩 웅성대기 시작한다.
『총총히 초밀식을 하게 되면 서로 경쟁이 불어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고 획기적인 수확을 올릴 수 있죠. 유실수 한 나무에 얼마나 열리느냐 하는 것은 이미 옛 얘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같은 평수에서 몇 년 사이에 얼마나 수확을 올렸느냐 이젠 그게 문제가 되는 거죠』
강의가 끝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의 개별질문으로 보통 몇십 분씩은 지체해야 돌아나올 수 있었다.
차츰 독농가들의 호응이 높아져 첫 해에 천만 본을 심게 되었다.
제일리 박사에게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는 격려의 편지가 또 날아왔다.
『박교수씨 귀하께서 보내주신 논문과 상세한 데이타 기쁜 마음으로 받았읍니다. 그리고 내충성 밤나무를 오만 평에 백만 본을 심어 성공했다는 기록, 세계적 규모임을 알려드립니다. 귀하는 세계적 규모에 도전하여 성공한 것입니다. 온 세계의 육종학자들은 귀하의 이름과 코리아에서세운 놀라운 기록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입니다』그 후 박교수씨는 밤나무로만 만족하지 않았다.
밤만으로는 전 국토의 7할인 산지 개발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우리 기후 풍토에 알맞게 귀화 육종시킨 우수 품종의 유실수들을 들여왔다.
오 년이면 열리는 흙호도.
칼피치안산맥에서 난다는 영양 덩어리 칼피치안호도.
복숭아 사촌이자 이태리 스페인 등 반도에 잘 된다는「아몬드」
깊은 산에도 잘 자라는 복숭아 양살구의 튀기「하젤낫」
그 밖에 패칸 하이칸에다 황금포도.
그는 쉬지 않고 신품종을 들여오고 개발해 나갔다.
피곤에 지쳐 있는 그에게 아내는 황금포도로 짜낸 아름다운 색깔의 쥬스를 한 컵 가져다준다.
『식품 공해를 우려할 건 없어요, 적어도 우리집에서는…이 황금포도의 아름다운 붉은 색소가 천연의 것이라는 것을…누가 의심하겠어요?』
아내는 식품 공해의 공포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심각하게 읽고 있는 남편에게 쥬스를 들기를 권한다.
『계속하세요! 많은 강의를 계속하세요. 후진들을 양성하세요. 많은 독농가와 여생을 전원에서 보낼 분들을 위해 당신의 뜻을 알리세요』
박교수씨는 아내의 소원대로 오늘도 강의실에서 열변을 토한다.
그의 뜻을 소망을 피력한다.
『우리 유실수 과학연구원! 그리고 유실수 재배 연구회의 궁극적 목적은 산지 혁명에 있습니다. 국토의 7할이 산지인 우리나라. 그 산지 개발 없이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없다는 점을 일찍이 깨닫고 모든 유휴 단지 나아가서 경제성이 없는 잡목림에다 신품종 유실수를 심어 산지를 생산 공장화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산지의 생산 공장화!
좀 엉뚱하겠습니다만은 가능합니다.
우선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 그리고 국민들의 호응이 있다면 앞으로 십 년이면 온 산지는 경제성 높은 유실수로 가득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식량 자급문제 그것은 전설이 되고 말 것이며 인스턴트식품 천연색소 공업용에 기름 화장품 원료들을 수확하는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며 외화를 벌어들일 것입니다. 중화학공업이 고도성장을 이루는 것은 사실입니다만은 여기에는 공해라는 달갑지 않은 동반자가 있어서 우리의 골치를 썩힙니다. 그러나 유실수는 잎이 푸르며 공해를 오히려 해소하고 그 열매와 목재는 매우 좋은 일거양득의 이 신품종 유실수에 의한 산지 개발! 이에 모두 눈 뜨시기 바랍니다』
그는 도처에서 호응을 받고 피나는 연구의 결과로 학위도 획득했다.
지금도 그는 말한다.
『무조건 우직하게 한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과학적으로 해야 합니다. 산지 개발도 덮어놓고 조림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성을 철저히 알아보고 빈 틈 없이 해야지요』
박교수씨의 귀에는 언제나 외할머니의 교훈이 떠나지를 않는다.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 머리를 써야 한다. 꾀와 지혜가 있어야 되는 거야-』
박교수씨는 깨달은 것이다. 사람은 성실과 지혜를 다하고 하늘의, 자연의 뜻을 기다리는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