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도적들이 선목촌을 습격, 세사람을 죽이고 한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고, 돈은 물론 의복까지 약탈해 갔다. 내 방에도 들어와서 돈과 의복들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에 그날 저녁 나는 구걸을 해야만했다.
그 이튿날 부터 우리 선목촌 교우들은 봇짐을 싸들고 해북진성당으로 대부분 피난을 떠났다. 나는 할 수 없이 해북진본당 신부와 교섭하여 강당과 학교에다 그들을 수용하였다.
당시 그곳은 소련군대가 관할하던 곳이라 나는 그들과 교섭하여 기차를 빌려서 약 3백명의 조선피난민들이 해북을 떠나 귀국길에 오르도록 도와주었다. 나 역시 그차를 타고 장춘에 도착하여 고 주교를 뵈옵고 우리 조선인 김선영 신부와 양세환 신부 두분을 만나 조선으로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러나 두 분 신부는 앞으로 국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많으니 우리는 가지말고 좀 기다려보자고 했다. 고 주교님께서는 지금도 조선교우들이 남아있느냐고 물으셨다. 아직도 대다수가 남아있다고 하니까 주교님은『목자가 자기 양을 버리고가면 그양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하셨다. 이 말씀에『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해 생명을 바치느니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라, 나는 머리를 숙이고 내 양을 위해 생명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다. 다시 발길을 돌려 해북으로 향했다. 1946년부터 공산당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47년부터 토지개혁이 시작됨으로써 우리는 그때부터 평안하지를 못했다. 47년 9월에 가서는 심한 압박까지 받았다.
해북에서 박해가 시작됐을 때 불란서 신부인 우 신부와 나는 그들의 눈을 피해 하르빈으로 피난, 다행히 박해를 면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해북 조선인들로부터 압박을 받았으나, 다행히 중국교우들의 도움으로 심한 억압은 피할수 있었다. 그네들이 나를 때릴 때에 중국교우들이『더 때리지말라』고 소리치는 통에 그리 심한매는 맞지 않았다. 그후로 우리는 북안구류소에 한달가량 감금돼있었다.
그런데 해북 교우 간부들이 우리를 다시 해북고문실로 데리고 갔다. 그 고문실에서는 저녁마다 돈이나 토지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아 고문하며 자백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고문이란 실로 가혹하기 이를데 없었다. 남녀 할것없이 저고리를 벗기고 두 엄지손가락을 묶어서 높이 매달아놓고 좌우에 3~4명씩늘어서서 채찍을 들고 등 허리를 때리면서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리고 돈을 어디에다 감추어 두었는가를 모두 자백할 때까지 채찍을 놓지 않았다. 견디다 못해 죽게 되면 시체를 밖에 다 버리고 또 다른 사람을 고문했다.
이런 채찍고문을 받는 사람은 하루 저녁에도 45명씩이나 됐다. 자정이 되어서야 고문은 끝이났고, 그자들은 밤참을 해먹고 돌아갔다. 우리 두 신부는 이 모든 광경을 다 목격한 다음 서로 흩어져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에게 그러한 광경을 보여준 것은 마지막 고문대상이 바로 우리라는 것을 암시해 줌으로써 미리 잘 준비하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자들의 계획은 빗나갔다. 천주님의 안배는 그와 달랐기 때문이다. 대략 한달가량 이 흉악무도한 광경을본 우리 두신부는 마침내 중병에 걸려 혼미상태에 빠지게돼 한 교우집에 보내져 치료를 받게됐다.
그 교우의 성은 하씨인데 아주 열심하고 선한 사람이어서 공산당도 그사람에게 만은 별로 박해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밤이나 낮이나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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