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형제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는 것이 오늘 한국 교회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에게 봉사하면서 「사마리아」인처럼 살려는 사람들이 있어 안으론 위로를 밖으론 변명의 구실이 되는지도 모른다.
서울 영등포구 시흥2동 200의 2번지 신흥 주택가를 지나 관악산 중턱에 숨가쁘게 주저앉은 속칭 시흥2동 철거민촌 어귀에 있는「전ㆍ진ㆍ상 가정복지센타」도 이런 사람들의 일터의 하나다.
2년 전 「온전한 희생」(全) 「진실한 사랑」(眞) 「항상 기쁨」(常)의 정신으로 이 황량한 산 동리 주민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가난과 외로움을 함께 걱정이라도 해 보겠노라고 나선 국제가톨릭여자협조회(AFI) 회원 4명이 「가정복지센타」 「전진상 약방」 「전진상 부속의원」을 방파제 삼아 엄청난 인간의 고통들과 고군분투하는 곳이다.
이들 최소희(약사) 유송자(사회사업) 마리헬렌(간호원) 임덕균(남ㆍ보조약사 겸 교리교사) 네 식구가 매주 토ㆍ수요일에 오는 의사팀(고대 부속병원 2 국립중앙의료원 2)의 협조를 얻어 지난 1년간 벌인 치료와 상담 실적을 보자.
상담 1380명ㆍ진료 1815명(연인원) 그밖에 간단한 치료 수술ㆍ왕진이 3백20건이며 환자 방문도 1천 회에 달한다.
환자는 AㆍBㆍCㆍD 4등급으로 나누어 30%에서 70%까지 할인해주고 큰 병원의 무류 치료를 주선도 한다. 하루 약값은 1백50에서 2백 원.
『상담 내용은 주로 질병과 가족 관계예요. 가난에서 오는 문제들이지요. 갈수록 우리 능력이 모자람을 느끼게 됩니다』
서울대 뒷쪽인 이 산등성이에 매달린 철거촌 주민 수는 4만여 명, 공동 수도 하나에 50~60세대가 목을 축이고 그나마 시원치 않아 1통에 10만 원씩 사먹기도 한다. 이곳이 서울시 철거책에 따라 3월 말까지 2차로 6백70세대가 헐린다.
보상은 1동당 15만 원. 철거 시한이 다가오지만 주민들은 15만 원으로 어디에 정착하느냐고 술렁이고 4인의 걱정도 태산 같다.
『이들의 가난을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정책이어야 할 텐데…다시 내몰면 어디엔가 또 판자촌이 생길지도 모르죠. 벌써 아래 동리 전세값이 뛰어올랐어요』
결국 가난이 더욱 밀집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77년은 그들에게 더욱 봉사하는 해가 되어 가난과 질병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건 좋은 현상이예요. 허지만 가부장적 태도보다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함께 아파하고 해결하려는 형제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이건 저희들 반성이기도 하지만 여기는 그런 태도로 할 일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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