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이 가까워질 무렵인 어느날 우리는 찬물을 청해 한 사발씩 마셨는데, 그 후부터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하면서 병세도 호전되는 듯 했다. 하씨는 음력설이 끝나면 모진압박은 끝이 날 것이라고 전해주었다. 마침내 우리의 병이 완쾌되면서 박해도 끝이나 우리는 죽음을 면하였다.
몇달이 지난 후 성당을 돌려준다고 해서 우리는 해륜현 공안국으로 갔다. 그곳에서 한달가량 그들과 지내며 기다리다 끝내는 돌려받았다. 다시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게된 신자들은 전보다 더욱 열심히 미사에 참례했다.
이를 본 빨갱이들은 다시 우리에게 성당에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성당을 빼앗긴 우리는 어느 교우집에서 몇 달간 기거했는데 그것마저 안된다고해서 결국 교우가 한 집도 없는 장소로 보내져, 자력갱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내 손으로 밥도 하고 나무도하며 땅을 일구다가 1949년 10월에 하르빈시의 어느 성당으로 가게됐다.
1946년에 불란서인 하르빈본당 신부가 선종한 후 김선영 신부가 그 뒤를 이었다. 하르빈본당에는 인근 치치하르, 가목사, 연길 3개교구의 주교ㆍ신부들이 모였다. 그후 1949년에 스위스 출신인 치치하르본당 고부만 신부가 해륜현 공안국으로부터 하나의 전갈을 받게되었다.
그것은 모든 외국인을 본국으로 송환하니 해륜현에 거주하고 있는 우ㆍ임 두 외국인 신부를 즉시 하르빈으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우리 두사람은 하르빈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우신부는 본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하르빈시의 육도가 성당에서 김선영 신부와 함께 사목하게 됐다. 그러다가 1951년경의 종교혁신운동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혁신운동은 3자운동, 즉자양(自養)ㆍ자전(自傳)ㆍ자치(自治)운동으로서 한마디로 말해 로마교황과 연락을 끊으라는 것이었다. 이는 곧 교황이 우리 중국천주교회에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가자 김 신부와 나는『우리는죽어도 혁신할 수 없다』고 반대하였고 마침내 김신부는 1952년 체포됐다. 그가 하르빈시에 있지만 어느 곳에 계신지 알 길이 없었다. 그때부터 그들이 사제관을 접수ㆍ사용하는 바람에 나는 할 수 없이 성 프란치스꼬회 수녀들이 운영하는 선목병원에가서 일을 하였는데, 그때 피신해 온「가목사」주교와 몇몇 신부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였다. 한편 우리 성당은 이미 혁신파의 성당이 돼있었다.
나는 1954년 9월 7일에 체포돼 1년간 구류소에 있었으나 혁신하지 않으므로「반혁명분자」라는 모자가 씌워져 징역5년 선고를 받았다. 감옥살이 중 하는 일은 길에 까는 자갈을 깨는 일이었다. 1959년 거의 만기가 되어갈 무렵, 노정대(勞政隊)직원이 신문 한장을 들고와서 보라고 하였다. 하르빈시 천주교신부들이 혁신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었다.
얼마후 직원이 다시 와서『신분을 보았는가, 너는 혁신하지 않겠는가?』하고 물었다. 나는『나도 신문을 보았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겠다』고 확고히 대답했더니 그자는 나갔다.
약 한달후에 직원이 또와서『이것을 보아라』하며 쪽지를 건네므로 펴보니 그것은 하르빈시 중급법원에서 보내온 것으로, 형기를 3년 연장한다는 통지서였다.『여기에 도장을 찍겠는가』라고 하므로 『좋다』고 했더니 8년형이 된것이다.
8년 감옥생활을 하면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정신상으로는 아주 맑았고 성스럽게까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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