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학생운동과80년대의 학생운동사이에는 커다란 질적인 차이가있다. 그것은 60·70년대 학생운동이 학내·외적 사회민주화를 요구하는 개혁주의적 운동이었던 반면 80년대 학생운동의 목표는 사회개혁이 아닌 사회변혁에 있었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80년대 학생운동은 올바른 실천이론을 정립, 왜곡되고 일그러진 사회의 모든 반민중적·반역사적·반민족적인것을 타파하려는 성격을 띤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운동의 변혁이념을 살펴보기전에 우선 80년대들어 이루어진 주요한 학생운동을 정리해보자. 80년당시 학생운동의 기본목표는 70년대 사회의 구조적 성격이 그대로 넘겨진 80년대의 제모순을 척결하는 것이었다. 이 기본목표와 궁극적 목표인 민중혁명을수행하기위해 비합법적 정치투쟁을 과감히 전개해 나갔다. 82년 들어 제5공화국의 반민족성·반민주성이노출되면서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과 같은 반미적 성격의 투쟁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9월에 일어난 원퐁모방 노조사건·대우 어패럴사건등은 민중투쟁을 지원, 정치투쟁으로 전개한 사건이었다. 84년 학원자율화조치가 내리고 비록 제한적이긴 하나 학생운동에 새로운 투쟁적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학생운동은 비조직성·비대중성을 지양하고 전국조직을 형성, 부분운동으로 노동·도시빈민·농촌운동을 전개했다. 85년 전국학생대표기구회의와 민주화학생투쟁연합을 기초로 결성된 전국학생총연합과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는 학생운동의 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이라는 투쟁을 시도했다. 이 사건은 80년 광주 민중항쟁사건이후 내적으로 심화된 반미의식이 비로소 표면적으로 드러나기시작했다는 학생운동사적 의의를 갖는다.
86년말 건국대 점거농성사건에서는 이전의 미온적 반미태도가 보다 확실하게 정착된 형태로 드러난다.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데 모의 차원이 아니라 운동의 과학화와 변혁이론의 정립과정에서 나타난 민중지향적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카다란 의의가 있다.
그러면 80년대 학생운동의 변혁논리와 운동의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자. 80년대이후 등장한 각종 지하유인물과 단체 유인물을 검토해보면 학생운동의 이념이 마르크스주의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뚜렷이 알 수 있다.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을 인식의 기초로하여 80년대 학생운동은 현 단계 한국사회구성체의 성격을 여러 이론들을 가지고 규명하려한다. 그중 하나가 한국사회를 「식민지 반봉건사회」로 규정하려는 노력이다. 이 이론에따른 한유인물은 『해방후 한국경제는 식민지 유제 (遺制) 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채 농지개혁이 실패한후 귀속재산은 매판 관료자본에서 편협하게 불하돼 경제의 파행성이 생겨났고 완전한 예속경제구조로 정착됐다』 (해방선언 2호, 서울대학교 86·4·17) 고 밝히고 있다.
이런 논의의 출발점은종속이론에 기반을둔 주변부자본주의론이라고 볼수 있다. 주변부자본 (제3세계자본) 은 중심부 자본에 구조적으로 예속되었기 때문에 그 잉여이윤이 항상중심부로 유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부는 「저발전의 발전」만을 거듭할 수 밖에없다. 그리고 한국의 국가권력은 매판자본과 결탁, 제국주의가 국내 잉여이윤을 항상적으로 수탈해가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제공해주는데 불과해 그주체적 독립성·자율성이 완전히 상실돼있다.
한편 한국의 사회구성을 신식민지 예속국가 독점자본주의로 인식하는 주장도있다. 『현 정권은…미·일에 의존한 종속 파시즘이다. 그 물적 토대는 저임금·저고가의 민중수탈 체계에 기초한 미·일 의존자본으로서의 예속국가 독점자본이며 그 물리적 토대는 군부독재형의 폭력적 정치지배체제다』 (깃발 제1호) 「신식민지」인 것은 구식민지 지배와는 달리 잉여가치의 수탈방식이 무력적 군사적 지배에 기초한 경제외적 강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수출·경제원조 등의 독점 자본을 통해 구조적으로 잉여를 수탈해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내차원의 수탈과정을 물리력으로 확보해주는 것은 국내의 군사파쇼정권이다. 이때 군사파쇼정권은 제국주의에 대한 경제적 예속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갖고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 예속국가 독점자본주의론은 기존의 국가 독점자본주의론을 변형시킨 것이다. 국가독점 자본주의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대규모적인 유착개입에 의해 존재하는 독점자본주의다. 국가독점 자본주의의 특질은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논리가 상호교차·상호대립·상호상승하여 이루어지는 독점자본주의인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현재의 한국사회를 국가독점자본주의단계로 인식하는 것은 현한국사회가 독점자본주의 단계의 위기 상황을 위로부터 자체적으로 극복하여 정치와 경제의 유착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예속국가 독점자본주의론자들은 한국 사회구성을 국가독점자본주의 단계로 인식하는 것은 한국사회구성에 있어서의 제국주의의 반민족적 역할을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현 한국사회구성이 국가독점자본주의 단계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제국주의에 종속된 예속국가 독점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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