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를 하려면 우선 그들의 친구가 돼주어야 합니다. 먼저 친절과 희생, 봉사로 솔선수범을 보여야하고 그들의 사정과 불평불만을 인내심있게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이답지 않는 동안 (童顔)으로 열기를 띠며 말하는 조현정 (59ㆍ알비나) 할머니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만 하다.
금호동 성당건물이 처음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근 20여년간을 토박이 신자로 살며 오로지 하느님을 알리고 전하는 일을 평생의 소임으로 삼고 살아온 할머니.
그동안 조 할머니는 금호동 지역내 주민 수천명에게 복음을 전해왔고 직접 손을 붙잡고 성당의 예비자교리실로 인도했던 사람만도 수백명에 이른다.
그래서 「대모님」으로 통하는 조 할머니를 인근 지역내 주민들 가운데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조할머니의 대녀는 모두 60여명. 20여년간의 전교활동에 비해 대녀수는 작은편이지만 『60명을 매일 기억해주고 기도해주기도 늙은 지금엔 벅차다』고 조 할머니는 말하고 있다.
성당에서 처음으로 교도사목후원회를 조직, 1백 50여명의 후원자를 거두어들인 공로로 교구에서 주는 「공로상」도 받은 바 있는 할머니는 얼마 전에는 성서 공부반을 처음으로 창설 수십명의 신앙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복음말씀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고통을 통해 오묘한 섭리를 베푸시는 하느님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는 할머니의 이같은 신앙이 처음 싹트기 시작한 것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꽃다운 20살의 나이에 5남매의 맏며느리로 시집을 간 할머니는 시댁에 들어선지 3개월만에 시름 시름 앓기 시작, 근 13년동안을 병상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7남매의 막내딸로 워낙 겁이 많고 허약하게만 자란 할머니는 남편보기도 미안하고 시어머니 뵙기도 죄송스러워 1남 1녀의 자녀를 남겨둔 채 남편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건강도, 자녀도, 남편도, 물질적인 부(富)도 모두 빼앗겨버렸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그 억울함을 호소할 데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자학」과 「자책」만으로 하루하루를 꾸려나갔다.
그러던 중 다행히 건강이 회복되고 먼 친척뻘되는 한 신부님의 식복사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게 되자 조 할머니는 그때부터 성체와 하느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신앙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자무식으로 글자 하나 읽을 줄 모르던 할머니는 알 수 없는 의욕과 호기심으로 교리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녀 이름은 물론이고 그 누구의 이름도 척척 쓸 수 있게 됐다.
처음 천막뿐이었던 금호동 성전을 짓기 위해 푼푼히 모아온 돈 전부를 희사하기도 했던 할머니는 요즘도 가끔씩 적십자병원이나 용문결핵환자의 집을 방문하며 빨래와 밥 등을 지어주고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교도소를 드나들며 얼마 전 한사형수를 감화시켜 1백여명의 죄수들을 한꺼번에 영세시키기도 했던 할머니는 오늘도 「전교의 사명」을 잊지 않고 이 집, 저 집을 방문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이든지다 이루어진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나도, 어떤 환경에 처해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는 조현정 할머니는 『하느님을 알기 전에는 불평불만만 가득 찼었는데 믿음을 갖고 난 뒤부터는 부러울 것 없는 부잣집 마나님이 된 기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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