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東學)은 한국신흥종교의 효시일뿐만 아니라 한국근세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한국신흥종교의 큰 산맥을 이룬다. 동학계 신흥종교들은 일제시대에는 수백만의 신도를 호칭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지만 최근에는 십만명 내외밖에는 되지 않을 정도로 위축된 상태에 있다. 동학계 종단으로서는 천도교 천신교 시천교 수운교 등 십여개가 있다.
동학은 서학(西學), 즉 가톨릭에 대응하여 발생한 종교였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崔濟愚) 는 계속된 박해속에서도 민중세계에 전파되는 서학에 대응하기 위하여 1860년 민족고유의 천신사상(天神思想)과 유·불·선의 교리를 통합하여 창시하였다. 당시 그가 내세운 강령은 포덕천하(布德天下)·광제창생(廣濟蒼生)·보국안민(輔國安民)의 세가지였다.
동학은 발생직후부터 민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동학의 강령은 당시 질곡에 빠져 있던 민중에게는 새로운 복음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동학교리의 한울님 개념은 그동안 조선조의 유교가 채워주지 못했던 절대신의 관념과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이 운동은 급속히 전파되어 나갔다.
그러나 이 운동을 민중저항운동으로 판단한 지배권력은 최제우를 사형에 처하는 등 극심한 탄압을 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여기에 힘을 얻은 동학교도들은 억울하게 죽은 최제우의 누명을 벗겨 달라는 교조신원운동(敎祖伸?運動)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1894년 동학혁명으로 불리우는 갑오농민전쟁으로 확대되어 반봉건·반외세 운동으로 변화되었다.
동학혁명은 결국 청일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지만, 민중의 의식계발과 민중의 힘을 인식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동학은 친일(親日)을 주장하는 시천교와, 그에 반대하는 천도교로 양분되었다. 시천교는 한때 천도교를 능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한일합방에 앞장섬으로써 민중의 불신을 사게 되어 그 후 유명무실해지게 되었으며, 천도교는 3·1운동을 전개하는 등 민족독립운동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3·1운동 이후에는 천도교마저도 여러 종파로 분리되고 말았으며, 여기에 덧붙여 새롭게 등장한 동학계 종단들의 범람은 천도교의 위축을 가져오게 하였다.
동학교단의 신앙목적은 최제우가 예언한 후천개벽이다. 이것은 역사를 선천시대(先天時代)와 후천시대(後天時代) 로 구분하는 운도사상(運度思想) 을 말한다. 동학에서는 선천 5만년이 지나면 지상천국의 후천 5만년이 열리게 되는데, 선천시대와 후천시대가 교역되는 말세에는 괴질과 삼재팔난(三災八亂)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이때 동학의 주문을 외우고 「弓弓乙乙」이라는 부적을 태워 마시면, 빈곤에서 해방되고 제병장생(濟病長生) 하게 되며 영세무궁(永世無窮) 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선천시대의 종교는 천계(天界)에 계신 한울님(또는 천주님이라고함)을 수종하며 천상극락을 누리는데에 목적이 있지만 후천시대의 종교는 인계(人界)에서 한울님을 모시고 지상극락을 누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선천시대의 윤리·도덕은 존비귀천(尊卑貴賤)의 계급주의이지만, 후천시대의 윤리는 평등주의라고 강조한다.
동학에서는 서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조물주로서의 절대유일신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조물주는 인간이나 피조물과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계 모두에게 내재되어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인간의 몸속에는 한울님이 내재하여 있으며, 이 한울님을 밝혀 잘 섬기면 지상천국이 이루어지게되어 사후가 아닌 현세에 천국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동학에서 말하는 「인내천」(人乃天) 이나 「시천주」 (侍天主) 등은 이러한 사상을 말한다.
이러한 신관은 우주관에 있어서도 물질과 정신이 이원적 존재가 아닌 일원적 존재라는 사상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만물의 근원이 지기(至氣)는 유심(唯心)과 유물(唯物)을 총괄하는 대우주의 실체이며, 이것이 개체로 표현될때 심적현상과 물적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동학에서는 삼덕행(三德行)과 사계명(四戒命)을 강조한다. 삼덕행이란 성경·신 (誠敬信)을 말하며 사계명이란 ①약속을 어기거나 번복하지 않고 ②물질적인 욕심을 내지않으며 ③헛말로 남을 유인하지 않고 ④안으로 불량하고 겉으로 꾸며내지 않는것을 말한다.
또한 이들은 오관 (五款)을 강조한다. 오관이란 믿음을 실천하는 다섯가지의 실천요강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①매일저녁 아홉시에 백오회씩 묵송하는 주문 ②기도시와 식전에 올리는 청수 (淸水) ③매 일요일 열한시에 신도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기도를 하고 설교를 들으며 교리를 연구하는 시일 (侍日) ④아침저녁 밥을 지을때 식구의 수마다 쌀 한 숫가락씩 떠서 모았다가 교회에 바치는 성미 (誠米) ⑤매일 기도시 정미 (精米) 5홉을 청수와 함께 받들고 주문을 외우는 시일기도 (侍日祈禱) 등을 말한다.
동학에서는 삼덕행을 실천하고 사계명을 지키고오관을 실행하게 되면 많은 복을 받게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복은 오복 (五福) 인데 이것은 ①병든 사람을 고치는 복 ②길이 사는 복 ③ 모든 것을 마음대로 이루는 복 ④도를 이루고 덕에 합치는 복 ⑤온세상 사람을 다같이 잘 살게 하는 복을 말한다.
많은 동학연구가들은 동학이 가톨릭에 대응하여 발생한 종교이면서도, 동학의 교리·사상·계율·종교의식 종교조직 등에는 가톨릭으로부터 유입된 요소들도 많은 것으로 분석한다.
동학의 교리와 사상 및 종교의식은 그후에 발생한 증산교·원불교·갱정유도·찬물교·남학·각세도 등 한국신흥종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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