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치챤의「근대중국종교의 동향」(이은봉 역, 형설출판사, 1987ㆍ6)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나라이다. 이제 이 거대한 대륙이 우리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만큼 우리는 중국에 관한 이 해를 증대시켜가야할 필요가 절실해졌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중국에 관한 이해수준은 매우 피상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그나마 문학적 사상적 영역에서는 몇백년재지 몇천년 이전의 아득한 과거를 되새김질하면서 지그시 감은 눈을 떠보려고 하지 않는 것같이 보인다. 마침 윙치챤의 저술「근대 중국종교의 동향」은 이은봉 교수의 전문가적인 안목에 선택되고 능숙한 솜씨로 번역되어 우리 손에 들려지게 된 것은 하나의 신선한 충격으로 마음 깊이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근대의 역사적 사회적 격변속에서 중국의 사상과 종교문화가 겪어왔던 최근의 변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한편의 장대하고 격동적인 드라마를 이루고 있다.
근대에서 서양의 충격과 공산주의의 확산에 따라 몇천년의 전통이 붕괴하여 고목처럼 쓰러지기도 하고 새로 싹이 터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세계관이 바뀌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의식이 광범하게 변혁되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전통을 대표적 종교로서 유고와 불교의 근대적 변혁과정을 다루었고 중국의 특수종교로서 이슬람이 근대에서 새롭게 변혁되는 과정이 관찰되었다. 또한 대중종교로서 도교와 민중신앙이 몰락하고 재등장하는 양상을 추적하며 지식인의 종교문제로서 과학과 종교의 대립적 논쟁이나 이성적 종교의 의미 또는 공산주의와 종교의 상호관계 등을 분석하여 다양면서 균형있게 해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윙치챤은 중국철학의 원로학자로서 그 자신이 이 시대의 문제에 직접 경험하였으므로 문제의 핵심을 예리하게 탐색하고 실감있게 표출시켜준다. 또한 이 책이 강연의 원고로 이루어진만큼 매우 평이하고 요령있게 서술되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바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중국종교를 오늘날의 생동적인 변화과정에서 이해한다는 문제는 우리의 근대적 사상사내지 정신사의 변동과정을 이해하는데도 매우 유익한 시사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 한권의 책은 현대 중국사상을 이해하는데 우리에게 새로운 수준의 시야를 열어줄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중요한 저술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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