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진자는 다 내게로 오라. 나 너희를 도우리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릴 때에 예수님이 짊어지신 그 무거운 십자가는 내 마음에 무한한 위안을 안겨주었다. 내 고통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의 고통에 어찌 비길 수 있으랴!
1962년 9월 7일 8년형 만기를 채우고 감옥에서 나왔으나 난 갈곳이 없었다. 당시 감옥에서는 「유가가귀 무가가취(有家可歸无家可就)」라는 규율이 있었는데 즉 석방된 자들 중 집이 있으면 집으로 갈 수 있으나 집이 없으면 취직을 시켜준다며 농장으로 보내는 법이었다. 갈 곳 없는 나는 눈강국영농장으로 보내졌다. 하루에 1원 25전씩을받고 일하다가 1963년 봄 이곳을 도망쳤다. 하르빈시 최경숙 수녀를 찾아간 나는 그녀의 안내로 한 교우집에 은신, 농사를 지으며 교우들을 돌보았으나 잡힐 우려가 있다기에 여기저기 피신하다가 손성연이라는 열심한 신자 집에 은신하게 됐다.
이곳에서 비밀로 전교하며 몇년을 지내다가 68년 중국인의 논 한마지기를 맡아 농사짓기 시작했다. 종자를 뿌려 한창 커갈 때, 즉 68년 6월 8일 나는 붙잡히게 됐는데 이때가 바로 문화혁명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내가 붙잡힘에 따라 최경숙, 강순옥 수녀가 잡혔고 조옥분 중국 수녀와 중국 신자 손부산 부부도 잡혔을 뿐만아니라 손성연 가족은 나를 숨겨줬다는 이유로 많은 고통을 당했다.
붙잡힌 나는 하르빈 시내 여러 기관에 끌려 다니면서 수없이 매를 맞은후 구류소에서 1년 1개월 동안 보냈다. 69년 7월 1일 석방됐으나 눈강에서 도망쳤다는 이유로 눈강으로 다시 가라는 지시에 따라 나는 그곳으로 가 노동자로 일했다.
70년 손성연의 아들 손상준이가 찾아왔다.
최경숙 수녀가 나에게 보낸 손상준으로부터 여러가지 소식을 듣게됐다. 특히 김 신부님이「북안」어느 농장에서 노동자로 일하시다가 반신불수병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가능한한 북안까지 갔다오라는 부탁을 최경숙 수녀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나와 하룻밤을 지낸 손상준은 이튿날 즉시 눈강을 떠나 김신부를 만나러 북안으로 향했다. 그러나 죽음이란 참으로 무정도하지, 이틀을 참지 못하고 상준이가 도착하기 바로 이틀전에 김신부님은 돌아가셨다. 상준이는 젊은 청연이라 별세하셨다는 말만 듣고 묘소를 찾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발길을 돌려 하르빈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아! 20년간 감옥살이, 장구한 세월 속의 순교자인 거룩한 신부님이시여! 당신의 거룩한 발자취는 영원히 남고 이름은 만대에 길이 남아 찬란히 빛나소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호구(戶口)는 그곳에 있으며 그것은 직계존비속이 아니면 호구를 부칠수 없는 이유다.
80년 등소평이 실권을 장악한 후 나는 반혁명의 모자를 벗게됐고 그때부터 우리도 은퇴할 수 있었으며 종교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천주교만은 중국정부가 교황을 승인하지않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가 없었다. 지금 천주당에 있는 신부들은 모두 혁신한자들이요, 주교도 모두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이다. 진정한 주교와 신부들은 몇 명되지 않았다. 우리같은 사람은 다 흑색자로 취급되자만 나는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기회만 있으면 우리 교우들을 찾아보았다. 은퇴한, 즉 80년경부터 흑룡강성 각 지방을 다니다가 가목사에서 80년 12월 3일 또다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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