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南學)은 최근까지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신흥종교이다. 일제시대에 출판된 이능화(李能和)의「朝鮮道敎史」를 보면, 당시 민간에서는「서학은 동학에게 망하고, 동학은 북학에게 망하며, 북학은 남학에게 망하고, 남학은 중학에게 망한다」는 비결(秘訣)이 유표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남학의 구체적 실체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되지 않고있다.
남학은 성격과 활동상황은 최근 전북대학교 철학과의 이강오 교수가 발표한「구한말 남학의 발생과 그 성격에 관하여」(1979년)라는 논문과, 제주대학교 사회학과의 조성윤 교수가 발표한 「1898년 제주민란의 구조와 성격-남학당의 활동과 관련하여」 (1986년)라는 논문이 발표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밝혀지고 있다.
남학은 동학처럼 오래된 종교일 뿐만아니라, 한국 신흥종교의 사상체계에 큰 영향을 끼친 종교였다. 많은 연구가들은 이 종교를 정역계(正易系)또는 도교계 신흥종교로 분류한다. 현재 이 계통의 종교로는 신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고하여 붙여진 영가 무도교(詠歌舞蹈敎). 단군계의 대종교와 한글 명칭은 같지만 계보다 사상은 전혀 다른 대종교(大宗敎) 중앙대종교, 불교적 색채가 강한 금강불교(金剛佛敎) 오방불교(五方佛敎) 광화교(光華敎) 등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들 종교의 신자수는 수십명 내지 수백명에 불과하고, 점차 소멸되는 추세에 있다.
남학은 동학이 발생한 1860년경 충남과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였다. 창시자는 이운규(李雲圭)이지만 교리의 체계화와 교단의 조직화 그리고 본격적인 포교활동은 그의 제자인 김항(金恒, 호는 一夫)과 김치인(金致寅, 호는 光華)에 의해 이루어졌다. 특히 김일부의 정역사상은 강일순의 증산교, 하상역의 대종교, 황대순의 대동교, 성주탁의 정경학회 등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또한 남학의 종교사상음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발생하였던 거의 모든 신흥종교들에게 후천개벽의 이론적 근거를 확립하게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종교는 동학과 마찬가지로 유ㆍ불ㆍ선의 교치를 혼합한 것이지만, 김일부 계통의 남학은 유교를 중심으로 불교와 선교를 흡수한 반면, 김광화 계통의 남학은 불교를 중심으로 유교화 선교를 흡수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이런한 차이는 그후 남학이 일부 계화 광화계로 분파되는 원인이 되었다.
남학은 1898년 제주민란의 주역으로 활동하였다. 구한말의 급격한 사회변동과정에서 발생한 제주민란은 남학당이라는 종교조직이 동원의 주역을 담당하면서 농민들의 힘을 모아 조직적인 운동형태로 발전한 농민운동이었다. 이 민란의 주도세력이었던 남학당의 지도부는 조세수취구조의 변혁이라는 농민들의 열망을 한 단게 더높여 제주도를 독립국가로 건설코자 시도하였다. 이 민란은 주도세력의 정치적 역량과 농민들과 지도부간의 연계성 부족 등으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지만. 신흥종교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지상천국을 정치적 혁명을 통해 건설코자 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될만한 사건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남학의 이상은 후천세계 무량낙원(無量樂園)이다. 후천개벽의 역리(易理)를 인식하고 오음(五音)의 주송수련(呪頌修鍊)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하다. 이들이 경전으로 삼고있는 정역(正易)에 따르면, 선천운수는 1년의 운회(運回)가 365일에 4분의 1이라는 윤(潤)이 었지만, 후천운수는 360일 정각이 되어 윤이없는 운회라고 한다. 따라서 후천에는 사계절 낮과 밤, 더위와 추위와 규별이 없게 되고, 인간사회도 빈부ㆍ귀천ㆍ오래살고 적게 사는 구별이 없게된다고 한다. 이 때에는 사람의 형상도 달라져 8백세까지 장수할 수 있고, 사람은 신명(神明)과 동화되어 조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또한 지상에는 죄악과 고통이 없는 지상천국이 건설된다고 한다. 그러나 선천과 후천이 교역되는 시기에는 삼재팔난(三災八亂)이 있게되고 인간의 선악에 대한 심판이 따르게 되는데. 이 말세의 때를 맞이하여 모든 사람들이 닦아야될 정도(正道)가 남학이 열어준 무극대도(無極大道)라고 한다.
오음주(五音呪)는 음 아 어 이 오의 오성(五聲)을 말한다. 오음의 정의는. 오음이 궁(宮) 상(商) 각(角) 치(微) 우(羽) 의 오성(五聲)과 토(土) 금(金) 목(木) 화(火) 수(水)의 오행(五行) 비(脾) 페(肺) 간肝)심(心) 신(腎)의 오장(五臟)과 조화를 일으키는 음율이기 때문에 이 주문을 읽으면 오기(五氣)와 오잔이수련되는 원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오음주송(五音呪頌) 은음울의 고저ㆍ장단ㆍ청탁이 있어 서로 조화적으로 자연의 이치에 응하기 때문에 이를 영가로 부르면 손발이 저절로 움직여 무도룰 하게 된다고 한다.
이 영가 무도가 극치에 달하면 앉은채로 몸이 3,4자나 뛰어오르게 되고 심신의 질병이 치유된다고 심신의 질병이 치유된다고 한다.
이 종교의 시자들은 영가무도로 병을 고치고, 상제신명(上帝神明)을 맞이하여 재앙에서 구원을 얻으며 신화도통(神化道通)하여 상제의 뜻에 따라 개벽되는 후천선계(後天仙界)에 참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의 신앙대상은 천지부모(天地父母)로서 김일부를 뜻하는 일부상제(一夫上帝‥天)와 환극모(皇極母‥地)이다.
남학계의 신흥종교들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이들이 내세운 후천선경의 역리사상과 주송수려의 방법은 비그리스도교계는 물론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의 말세론과 지상지상천국사상, 그리고 수련방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사용하는 오음주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율을 그대로 전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최근 국악연구자들 뿐만아니라 대학가에서도 자주 초청연구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