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후 공안국을 거쳐 해림현 논강현 공안국 등으로 이송됐다가 3개월 반만에 석방되었다. 그 동안에 우리가 만들었던 제의와 기타 성물 등은 전부 몰수당했고 돈도 약 5백원(元) 몰수당했다.
헌데 논강에 있는 퇴직한 노동자 숙소에 있을 때는 우리 조선어 사사성경 다섯질을 필사(筆寫)해서 우리 교우들에게 주어 읽도록 하였다. 그전에 있던 성서나 성물은 빨갱이들이 다 가져갔기 때문이다. 어떤 교우들은 성서와 성물을 마귀들에게 줄 수 없으니 차라리 불에 넣는 것이 낫다하여 다 불사르기도 했다. 저들이 미신을 믿지말라하면 『예, 미신은 믿지 않겠소』 하니 저들은 천주교를 믿지 않겠다는 줄로 알고 돌아가는 일이 허다했다. 배교한 자들이 혹 있으나 대다수가 많은 고통 중에도 굴복치 않고 인내하고 지냈다. 이는 천주성신이 주시는 용덕의 힘이다. 1984년에 하르빈市에 나와서 1개월 반 동안 조선인과 중국인 교우들을 찾아보고 다시 논강에 갔다가 85년 3월 8일에 하르빈市에 나와 여러가지 병을 치료하며 각 지방을 순회하여 팔백여명의 신자들을 찾아보았다.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는 교황의 특권ㆍ특허ㆍ특관(特寬)으로 아주 간단한 미사, 즉 성경체경외 전후 몇가지 주요한 경문으로 구성된 미사인데 빨리 읽으면 2~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우리는 특권이 있어 중국내 도처에서 성사를 줄 권리를 갖고 있다. 제외나 성작 등이 다 없어도 미사를 봉헌할 수가 있다. 이 권한은 이 군란 중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전교다닐 때 어떤 교우들은 먼저 혁신한 신부인지 진짜 신부인지를 물어보고 진짜 신부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성사를 받는다. 그 이유는 가(假) 그리스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지금까지의 얘기 중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1943년도에 양세환 신학생이 장춘에서 高 주교님의 주례하에 사제서품을 받았는데 그는 일본 동경에서 대신학교를 마치고 자기 부모가 모두 장춘에 거주함으로 우리 장춘교구로 편임된 것이다.그의 서품식 때 우리 두 조선신부도 참석했고 또 평양에서도 두분 신부가 참석하셨다. 양신부가 길림 등지로 다니며 전교하시다가 하르빈市에 가끔 올 때면 우리 조선 신부 셋이서 한 자리에 모이곤했다. 양신부는 1945년 해방되던 해 미국 간첩 분자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후 아마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 부모 형제 자매들은 다 북한으로 갔고 양 신부는 옥중에서 페병에 걸려 얼마 살지 못하시고 옥중별세하셨다. 그때 강순옥 수녀가 많은 수고를 했다. 가끔 신부를 찾아보고 겨울에 털옷을 보내드리고 성체를 모시
고 갔다가 발각이 되어 고통당한 일도 있었다. 또 돌아가셨을 때에도 가서 장사지내고 십자비까지 세우고 양 신부가 입던 옷 몇 가지를 가지고 온 일도 있었다.
우리 신부들이 감옥에 갇혔을 때에 안로길(앞에 말한 안무생의 처로서 자기 죽은 장부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그러나 그의 본래의 성은 차씨, 차루시아이다)과 최경숙 강순옥 등 세분이 감옥에 갇힌 세 신부들을 가끔 찾아보고 의복ㆍ식품기타 물품 등을 보내주었다. 안로길은 과부요 최경숙과 강순옥은 수녀들이다.이분들은 지금 하르빈市에 있는 우리 한국인 교회의 주역으로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르빈市 교회의 대들보다 할 수 있다. 또 박태수(바오로)와 노광덕(바오로)은 1984년 9월에 임교 영세한 자들로써 우리 교회의 회장역할을 하는 유력한 대표 인물들이다. 이것이 43년간 걸어온 도중의 약력이다. 남아있는 나의 삶의 역사는 우리 후대들이 전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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