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촛불이 탄다는 것은 초의 기운이 흩어지는 것이며 새로운 초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초의 기운이 합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전체 우주 안에 있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며 변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할 때 너무 비판적으로만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도 너도 안 죽는다고 생각해봅시다.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도 모두 다 살아 있다고 합시다. 정말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겠습니까? 안 될 말입니다.
그러면 빨리 죽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죽지 않으려고 앙탈을 써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빨리 죽는 것이 좋다고 너도 나도 다루어 자살을 해야 하겠습니까?
죽음과 삶에 대하여 지나친 고의(故意)는 오히려 부자연하며 위대한 일치에의 반역이 됩니다. 그것보담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사느냐하는 문제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잘 죽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잘 사는 것은 잘 죽는 것이란 공식을 뒤집어서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인들 가운데는 그런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스도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요 소크라테스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리스도는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유다스가 자기를 팔아 넘길 것을 미리 알았고 그래서 자기는 죽을 것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능히 자리를 파하여 죽음을 모면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조금도 두려움 없이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혔던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애제자인 부호 크리토는 스승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능력도 있고 각오도 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크리토는 소크라테스 선생을 구해 내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강구했습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 순간까지 소크라테스는『나는 죽음에로, 너희들은 삶의 길로 간다. 그러나 어느 것이 보다 더 좋은 길인지는 하느님만이 아신다』고 하며 죽음을 택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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