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모대학 교수 한사람이「한국의 오늘을 사는 한 지성인의 양심선언」을 발표한 후 대학강단을 떠남으로써 적지 않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 양심선언에서 그 교수는「학생들의 진리에 대한 배반할 수 없는 강한 신념과 당연히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그것을 초월하는 진리가 있다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심을 지키기 위해 교단을 떠난다」고 적었다. 그리고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나의 제자들로서 이 양심선언의 문안을 지켜가는 미래의 인물이 돼달라」는 당부를 하고 50분간의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학교 당국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얘기다.「양심선언」이란 용어는 우리 신자들에게 생소한 날말이 아니다. 그 이유는 70년대와 80년대초에 우리 교회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온 때문이다. 실례를 들어보면 1974년 지학순 주교의「양심선언」을 필두로 시인 김지하의 양심선언(1975) 오원춘의 양심선언(1979) 최기식 신부의 양심선언(1982) 그리고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주범으로 현재 대구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문부식(85년영세)이 체포되기전 김수환 추기경에게 보낸 양심선언(1982) 등이 그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초에 걸쳐 주교와 신부 그리고 평신도들이 발표한「양심선언」은 한마디로 그 시대상이 얼마나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던가를 말해준다.
그것은 개인이 자신의 양심대로 살수도 없고, 또 그 개인의 양심을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은밀한「양심」을 만인 앞에「선언」하려했기 때문이다.
양심(良心,Conscientia)은 어원적으로 볼 때「함께 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인간이 하느님과 함께 안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 곧「양심」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양심을「하느님의 음성」으로 간주해오고 있다.
현대세계의 사목헌장(16항)에서도「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안방이요, 인간이 저 혼자서 하느님과 같이 있는 지성고(至聖所)이며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이 안방을 지키지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상황은 바깥세상이 평온치 못하다는 증거입에 틀림없다. <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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