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와 마르크스주의는 1백년 이상을 상호 용납할 수 없고 나아가 정면으로 대립되는 이데올로기로 인정되어 왔다. 지금도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는 이 둘 사이의 대립관계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또 달라질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들어 세계 몇몇 지역에서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마르크스주의와 그리스도교간의 전통적인 대립관계를 살펴보고, 최근에 와서 그 관계에 일어나고 있는 어떤 변화의 실상과 그 원인등을 알아본 다음, 과연 마르크스주의와 그리스도교는 서로를 용인하고 받아들일 수있는가 하는 점을 줌심으로 살펴보겠다.
1.마르크스주의와 그리스도교가 상호 적대시했던 역사
마르크스주의는 인류 역사에 출현하면서부터 그리스도교와는 사사건건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에서 보기에 무엇보다도 그것이 주장하는 무신론은 신과 종교를 거부했고 안에 내포된 유물론은 영혼과 내세를 부인했다.
그 결정론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거부함으로써 윤리적 가치가 들어설 여지를 통해서만 참된 인간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행동 전략은 사회계급간의 반목과 갈등을 조장하였고 국가까지도 폭력으로 전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 사회주의는 사유재산권을 박탈하였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할 의욕을 빼앗는 결과를 빚었다.
그래서 1878년 레오 13세 교황은「Quod Apdstolici Muneris」라는 회칙에서 사회주의를 하나의「재앙」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기존하는 모든 법률권위 복종관계와 불평등을 거부하고 심지어 결혼의 유대와 재산 소유권마저 폐기함으로써 사회의 전복을 획책하는 사상인바 이는 마땅히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Ds 3130~33).
특히 스탈린 치하에서는 사회주의 사상이 실제로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그안에 내포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르크시스트 이론은 이제 공산주의의 실체로 나타나 이둘이 사실상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1937년에 비오 11세를 회칙「Divini Redemptoris」에서 공산주의를 「본질적으로 악한 것」으로 선언하였다. 그런데 동구라파 중국 큐바가 공산주의 세력하에 들어가고 한국이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남북이 분단되었다.
특히「공산당」하면 보이는 악마쯤으로 생각하게된 우리로서 이데올로기로서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연구해 볼 가능성도 별로 없었지만 한동안은 그럴필요도 느끼지못할 만큼 이미 감정적으로 그것을 협오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직접대치해 있진 않은 지역에서 마르크스주의 내지 공산주의에 대해서 연구하고 토론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흔히 그들이 너무나 순진한 태도로 인해 오히려 그 오류에 휘말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기에 이르렀다. 하물며 일부의 그리스도교인들이 마르크스주의의 요소들을 상당한 정도로까지 받아들인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그리스도교 일각에서 일고있는 변화
그러나 우리의 느낌이 어떻든 간에, 오늘에 와서 세계의 적지않은 지역에서 그리스도인들간에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태도에 극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점점 많은 그리스도 인들이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태도와 개방적인 자세로 이를 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의 유명한 헬더 까마라 대주교는 중세기에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비그리스도교 사상인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을 받아들여 그것을 그리스도교에 접합시켰던 것과 같이 마르크스주의와 그리스도교간의 종합을 제의한바 있다.
남미의 해방신학 운동에서는 적어도 경제 사회분석방법으로서 마르크스주의식 방법을 원용하는 일이 흔히있다.
그리스도교는 계급투쟁이 사실상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가난하며 억압받는 이들의 진영에 서서 그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1984년과 1986년에 나온 해방신학관계 두 가지 훈령, 즉「해방신학 일부 측면에 관한 훈령」과「그리스도교적 자유와 해방에 관한 훈령」에 더욱 잘 나타나있다. 거기서는 무엇보다도「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기로 하는 우선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임으로써 어떤 의미로 남미교회의 입장을 보편교회에 두루 통하는 입장으로까지 승격시켰다고 말할 수 있게된것이다.
남미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가톨릭신자들이 자기네 나라를 공산당정부가 틀어서서 통치해줄 것을 원하고 어떤이들은 공산당에 정식으로 입당하기도 한다. 칠레에서는 마르크스적 사회주의자였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1970~73)가 많은 그리스도신자들의 지지를 얻은바 있었고「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이라는 국제적인 모임을 탄생시켜 이 모임은 지금도 계속되고있다.
영국에서는「신좌익」가톨릭 신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그리스도 신자들이라면 반드시 마르크스 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까지 말하고있다. 현금의 세계가 놓여있는 정황을 직시할때 혁명적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투쟁에 가담하는 일이야 마로 참된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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