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은 몇 년 전부터 정열적으로 부르짖어온「사랑」「정의」「평화」사상과 관련, 실천면에서 심각한 자기 비판을 받고 있다.
도시와 지방교회 간의 정신적 경제적 불균형이 보여주는 자체 모순도 문제지만 교회는 자신의 형제라 부르는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억압 받는 자들에게「착한 사마리아인」으로서 과연 가진 능력을 다하고 있는냐는 것이 비판의 초점이다.
「외침」이 높아갈수록 함께 높아가는 자기비판의 소리에 교회는 이제 자신의 발걸음을 맞추어 어떤 방법으로든 응답하지 않을 수 없는 자기 탈피의 진통기에 서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가 자선ㆍ교육ㆍ의료ㆍ의식 계발 면에 기여한 것은 많다.
그러나 자신의 복음적 부르짖음이나 사회적 기대에 반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견해와 그나마 하고 있는 일도 산발적이어서 능력과 자원의 낭비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지적되는 점은 일부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여유 있는 신자들만의 일처럼 되어 있는 오늘날의 봉사 자체로는 자기만족과 변명의 구실은 될지언정 복음의 교회로서 사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교회의 각종 봉사사업을 체계화시켜 효율을 극대화하고 능력을 최대한 개발함으로써 봉사하는 교회의 대열을 정비해 보자는 목적으로 인성회가 조직되었고(75년) 갈수록 커가는 자기비판의 압력은 드디어 인성회를 통해 한국 교회 최초의「전국 사순절 자선모금」을 만장일치로 가결토록 만든 것이다.
대부분 교구 임원 사제가 대표로 참석한 이날 회의는 방법에 다소 이견이 있었을 뿐 모금 취지에 한 사람 반대가 없는 열의에 찬 만장일치 회의였다.
많은 대표가 솔선해서 공동체로서 희생을 바쳐 본 적이 없는 한국 교회의 지난날을 비판하면서 이 운동의 중요성 시급성을 역설했고 따라서『신자들만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성직자 수도자가 앞장서 몇 배를 헌금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을 받기도 했다.
극기와 희생을 통한 보속의 시기인 사순절에 행해지는 사순절 모금은 교회 전통 행사로서 구미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도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1/4에 불과한 인도네시아는 10년 전부터 필립핀은 10년의 준비를 거쳐 75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가 회원들이 점심을 굶고 헌금한 돈을 모아 한국에 보내 병원과 각종 시설을 지어주고 나환자 농민들을 돕고 있는 사실은 대표적인 예이다.
「신자의 가난」「교구의 사정」을 이유로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사랑의 실천」이라는 대명제 아래 한국의 전 가톨릭 신자가「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이 모금운동에 참여할 때 금액의 다소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날 회의의 결론이기도 하다.
75년 14만 달러(한화 7천만 원)를 모금한 인도네시아 주교회의가 국제 까리따스에 낸 보고서의 결론(이 운동은 개인 신앙 강화와 실천정신 함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은 우리에게도 시급한 결론이라는 점에서이다.『불참하는 교구ㆍ본당이 있어도 결행해야 한다. 이나마도 하지 않는다면 무슨 낯으로 사회를 대할 것인가』이것은 두 시간 남짓 열의와 진지한 자세로 회의를 끌어간 참석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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