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청소년들의 삶의 보금자리인 광주 직업소년원(광주시 서구 서2동111~1)대문을 들어서면 잘 가꾸어진 정원수에 아담한 양옥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삭막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먼, 훈훈한 가정집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게 이곳을 일궈온 허상회 원장(51ㆍ베네딕또).
오직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젊음을 다 바치고 이제는 눈가에 잔주름이 가득한 초로(初老)의 나이에 접어든 허상회 원장은『사랑과 감독ㆍ신앙ㆍ규율이 갖춰지면 청소년 범죄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청소년 문제를 우려한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불우청소년들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래서 이들을 돕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허 씨가 이들을 위해 뛰어든 것은 28년 전인 1958년, 군 제대 직후 광주공원 충혼탑 뒤에 있는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 직업소년들의 천막촌을 찾았으나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이들이 반가이 맞아 줄리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일을 나가면 직접 빨래를 해주고 밥을 지어주는 등 말보다 행동으로 나서는 허 씨의 태도는 이들의 굳게 닫힌 마음의 벽을 헐 수 있었고 결국 한식구가 되었다.
60년 이 지역이 철거되면서 시유지인 현재의 5백 평을 가까스로 얻어 직업소년원을 건립한 허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원생들과 경사진 땅을 고르며 우선 비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는 집부터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에게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허 씨는 환경미화에 힘을 쏟으며 건물을 증축했고 독서실을 운영, 수입도 올리면서 직업청소년들이 일반학생들과 어울려 소회되지 않고 올바른 성장하도록 노력했다. 전남대학교 가톨릭학생들로 구성된「오자남회」와 연결, 직업소년들을 위해 개설한 야학은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직접 손수레를 끌고 우유배달에 나섰으며 음료수장사ㆍ고를 수집, 그리고 돼지ㆍ소ㆍ개 등을 키워 내다파는 등 부업으로 기금을 조성, 빚 진 것도 갚고「개미장학회」까지 설립, 매년 중고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30평짜리 움막집에서 출발한 광주직업소년원은 이제 환경미화가 잘된 2백 평의 현대식 건물로 변모됐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청소년은 2천명이 넘으며 현재는 국민학생부터 대학생까지 45명이 살고 있다.
허 씨는 이들과 함께 동거 동락하면서『우리라고 언제나 가난하고 불우할 수는 없다. 티끌모아 태산이다』며 낭비 말고 저축할 것을 장려, 지난 72년에는 1백 50여 원생들이 1천 27만원의 저축실적을 올려 재무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호남동본당 빈첸시오 아바오로회 활동을 하며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도 관심을 쏟고 있는 허 씨는 또 검찰청 선도위원으로도 활동, 84년 제 1회 청소년선도대상을 받기도 했다. 매주 소년원을 방문, 그들과 대화도 나누고 있는 허씨는『문제가정에 문제 청소년이 생긴다.』면서 가정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불우노인을 위한 양로원을 운영, 불우청소년들과 나눔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허씨는『지금까지의 고생은 이루 말 할 수 없지만 신앙의 힘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경험이 하느님께서 이 사업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주신 시련이었다고 말했다.
매일 2시간씩 기도하는 생활 속에서 큰 힘을 얻고 있다는 허씨는 오늘도 이렇게 기도를 하고 있다.『주여, 저의 뜻대로가 아니고 주님의 뜻대로 살게 해주시옵소서. 저의 생명과 모든 것을 주님과 원생들을 위해 바칠 수 있게 해 주소서』
사심없는 겸손한 마음으로 수도자적인 생활을 하고있는 허씨는 일생을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했다가 뜻을 같이한 동반자를 만나 38세에 김옥자(안나)씨와 결혼, 직업소년원 내 9평짜리 블록집에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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