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안가는 날이지. 얼른 밥 먹고 젖소 풀 좀 뜯겨라』
진지를 다 잡수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늘 젖소 풀을 뜯기던 민호와 민수는 잠자코 있다가 아버지께서 바깥으로 나가시자,
『오늘이 어린이 날인데 무슨 젖소를 봐요』
동생 민수가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형 민호도 그와 같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동생이 대신 말했습니다.
『오늘이 어린이날인걸 알지만, 워낙 집안일이 바빠서 그런데 어떡하니?』
어머니께서 민주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어린이를 위해 만든 날인데…』
민수는 사뭇 못마땅해 했습니다.
『민수야, 우리 얼른 밥 먹고 젖소한테 가서 놀자』
보다 못한 민호가 민수를 달랬습니다.
『형이나 놀아. 젖소랑 어떻게 놀아』
민수는 여전히 툴툴거렸습니다.
『아카시아 꽃 많이 따 줄께』
『싫어. 갔다 오면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거 다 끝난단 말야』
『어머니 오늘은 제가 혼자 볼께요』
『너 혼자서 해내겠니?』
민호 말에 엄마는 「그렇게 해라」하는 뜻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테레비를 보면 옷을 준 데냐, 밥을 준데냐?』
할머니께서 숟가락을 놓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님 더 드시지 않구요?』
할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얘들이나 많이 주거라 오늘은 어린이날이니…』
『텔레비전에서는 어린이날이라고 특집방송을 하고 도시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잔치가 열린다고 야단인데 시골에 사는 우리는 뭐야. 학교 안가는 날이라고 일을 해야 되다니…』
민호는 밥을 얼른 먹고 마당으로 나와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 했습니다.
『형 서울에 사는 애들은 참 좋겠다.』
동생의 말에 민호는 뒤 따라 나온 민수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민호, 민수 이리 좀 온』
상을 가지고 부엌으로 가시던 어머니께서 부르셨습니다.
『점심때 빈대떡 맛있게 해줄께. 어린이날 축하 기념으로 말야』
어머니말씀에 민수는 언제 토라졌냐는 듯 좋아라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젖소를 몰고 뒷동산에 오르니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산 아래엔 보리물결이 바람에 넘실거렸습니다. 그 위로 종달새가 보리밭을 차고 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카시아 꽃 내 음이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형, 서울보다 여기가 훨씬 좋아. 그렇지?』
잠자코 있던 민주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럼,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해』
파아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헤엄치고 동뚝에 메어놓은 송아지 울음소리가 마을을 빙빙 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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