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성모성월이다. 장미꽃이 피는 이 계절이면 우리 모두는 성모 마리아의 은총을 기억하고 항상 보이지 않는 사랑의 손길로 베풀어주신 은덕을 돌이켜 보며 또 한 번 기도하기 위해 손을 모으게 된다. 성모님이 보여주시는 기적과 같은 사랑의 이야기들은 마리아가 계시는 곳 어디서나 충만하다. 서독에서 발간된「가장 아름다운 마리아의 이야기」는 세계도처에서 보통 사람들이 체험한 성모의 사랑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성모성월을 맞아 시리즈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어본다.
1945년 4월 29일 서독「뮌헨」부근 다카우(DACHAU)나치 강제 수용소에 연합군 미 제3군(軍)부대가 진입했을 때 수용소 제 16 브록 제 4막사에서 한 사나이가 고독을 만끽하고 있다. 순간 수용소 막사거리에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된 포로들 사이에서 환호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혼자 고독을 즐기며 앉아있던 헤르만 테노씨도 이제 자유인이 된 것이다.
그는 이 수용소를 떠나야했고 자유를 갈구했던 그로서는 단 몇 분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그가 그때 막사 바깥에 함께 있었더라면 열광했을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는 잠시 망설였다.
헤르만 테너는 바로 한달 전 그의 부대 안에서 숨진 신부가 남긴 부탁이 떠올랐다.
그는 수용소 농장 제 3온실에서 조각으로 새긴 성모마리아상을 파내서 갖고 가야 했던 것이다.
그때 그 신부는 이렇게 유언을 했었다.
『나는 이 성모상 앞에 수없이 많은 기도를 바쳤었다. 만약 내가 죽거든 이 성모상을 당신 방에 세워두고 또 앞으로 가족을 갖게 되거든 더 자주 기도를 바쳐 달라. 그리고 기도 때 마다 나를 생각하고 기억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때 그는 그 성모상을 찾을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의 제 3제국붕괴 후 혼란과 무질서가 지나간 뒤 사람들은 어떻게 그들의 생(生)을 새롭게 시작해야할지를 몰랐고 헤르만테너도 그의 이상이나 꿈과는 거리가 먼 다른 일을 찾아야만 했다.
그는 그런 시기에 맨손으로 일어날 수 있는「기술」을 배우겠다는 명백한 목표를 세우고 일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노련한 기능으로 제조분야에서 성공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고급 아파트도 사고 고급승용차에 외국과의 무역거래도 틔워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며 사업을 키웠다.
어느 날 상담을 마치고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성당광장에서 성모상 앞으로 지나가는 행렬을 보게 됐다.
헤르만씨는 택시를 세웠다 제단 아래서 한 소녀가 세계의 자유를 기원했다. 세 번째 소녀가 기도를 하러 나왔다. 그녀는 그의 딸 수산나인 것 같았다. 소녀는 범죄자를 교화해달라는 기도 끝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기도했다.
『성모님 항상 바쁘게 돌아다녀야하는 우리 아버지에게 건강을 주시고 집에 자주 오래 머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나는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헤르만씨는 눈앞이 흐려지면서 딸을 볼 수가 없었다.
가슴을 에이는 듯 한 아픔어 가슴 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기쁜 고통이었다. 『아버지를 사랑 합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아버지인 나는 무엇을 해줬는가.
그는 성당에 빠져나왔다.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운전사에게 『다카우수용소자리로 가자』고 말했다.
1945년 석방이후 한 번도 그것에 가보지 못했다.
그는 관리자에게 수용소시절 제 3온실 자리 땅속에 귀중한 기념물을 숨겨둔 것이 있다고 부탁하고 모래땅을 이것저것 파헤쳤다.
드디어 나무토막을 찾아냈다. 나무에는 투박한 솜씨로 성모마리아 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뮌헨」으로 돌아와 역에서 부인과 아이에게 전화를 걸고는 곧장 집으로 갔다. 그가 집에 들어가자 부인은 눈이 휘동그래졌고 딸은 아빠를 얼싸안았다.
그는 목각 성모상을 내놓으며 딸에게 말했다.
『이 선물은 우리들을 위해 가져온 선물이다. 이것은 내가 수용소에 있을 때 돌아가신 신부님이 남겨준 것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성모상이란다. 이 성모상을 집안에 두게 되면 항상 아빠도 집안에 머물고 너랑 즐겁게 지내게 된 단다.』
그로부터 그는 부득이 멀리 나가야 할 때도 그의 부인과 아이를 같이 데리고 갔고 그래서 그 후 단 한 번도 자기 혼자 떨어져 있어 본적이 없었다. <계속>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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