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성당에 나온 이들의 태도를 살펴보면 안절부절 불편해하는 듯해 보기가 민구스러울 때가 많다. 새로운 분위기, 낯선 동작들, 이상한 성당 장식들로『읍내 장터에 나온 촌닭의 심정』으로 만들고 만다. 친절한 분들이라도 있어 도와드렸으면 좋으련만 곁눈질해 봐야 모두「모성애 결핍자들」마냥 모르는 체 할 일들만 한다. 쑥스럽기 한이 없다.
이럭저럭 몇 주일 나간 후에야 제 나름대로 분위기에 동화되겠지만 아직도 오해 투성이이다. 교리반에 가 봐도 역시 생소한 낱말로 해서 내용의 절반만을 이해하게 된다. 이래서 성당을 한 번쯤 구경(?)해본 경험자들 입에서『천주교가 좋기는 좋은데…어려워서 못 가겠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좋기는 좋다」라는 말은 예식의 숭엄함을 이름이요「어려워서」하는 단서가 붙는 것은 분위기 동화에 곤란을 말함일 게다. 그런 분들을 위한 친절한 배려가 절실하다. 영세 전 어릴 때 친구 따라 난생 처음 성당에 갔었다. 가서 보니 이건 생판 별천지. 이상한 옷을 입은 분이 뒤돌아서서 양팔을 벌리고 무어라 중얼거리자 좌중이 일제히『아멘』이라 대꾸한다. (당시는 제대를 벽으로 향해 라틴어로 미사 드릴 때)
그러더니 향을 피워가지고 제대를 빙글빙글 돌고 요란한 방울 소리가 나자 모두 머리를 깊이 숙인다. 앉았다가 섰다가 꿇었다가 일어서고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등잔 같이 된 눈으로 곁눈질하다가 얼떨떨한 상태에서 미사도 끝나 밀려나오고 말았다.
다음에 다시 가보니 아직 미사 전이라 사방을 두리번거릴 수가 있었다.
그때 앞기둥 양편에 크게 써 붙인 글씨가 보였다. 한편에『구하라 받을 것이요. 두드려라 열리리라!』아하 이제 알겠다. 이 성당 어느 구석에 보물 창고가 있어 두드리면 열리도록 되어 있나 보다.
그래서 호기심이 발동 벽 구석구석을 살폈다. 공간을 특이하게 조화시킨 그림들과 장식물들은 넉넉히 그런 공상을 자아내고도 남았다.
또 다른 편에는『천주님은 사랑이시니 사랑 안에 계신다』그때는 사랑이란 낱말이 생소하였기 때문에「사랑 안에」를「사랑방 안에」로 오해하였다. 그래서 천주님이란 굉장한 분이 이 성당에 붙어 있는 어느 사랑방 안에 점잖게 않아계신 것으로 짐작해 버렸다.
이렇게 내 어린 공상의 세계가 문자 몇 개로 쉽게 의인화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호흡하며 성당을 하나의 위엄과 호기심에 가득 찬 신대륙으로 느끼게 했다.
이런 점은 어떤 면에서 좋은 의미의 오해이지만 좋지 않은 인상으로 오해되는 점이 없으란 법은 없다.
18년 전 S군 북부에 있는 H공소에 불이 난 일이 있다. 이곳은 본당 후보지인 공소여서 감실까지 두고 매주 보좌신부가 미사를 드리시고는 하룻밤씩 주무셨다. 그해 몹시 춥던 겨울이라 벽 가까이 놓인 난로가 벌겋게 달도록 계속 석탄을 넣었다. 그런데 이 벽이 성당과 붙어 있고 벽은 쪽나무를 얹은 위에 시멘트로 발리어 있어 겉에서는 몰랐지만 속에 있던 나무에 불이 붙어 속으로 타들어가 성당 천정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오히려 멀리 있던 사람들이 먼저 발견하고 종을 치자 의용소방대와 동민들이 우 몰려와 진화작업을 시작하였다.
법석통에 창문을 연 신부님! 상황을 알게 되자 총알처럼 성당으로 달려가 모셔둔 성체를 감실을 열어 제쳐 놓고서 정신 없이 급히 영하셨다. 양이 좀 많았든지 허겁지겁 영하시는 시간이 꽤 오래 지났다.
이럭저럭 큰 피해 없이 진화작업이 끝나 사례조로 술말이나 대접했지만 뒷공론이 분분하다.『그 코 큰 양반 (서양 신부) 남들은 제 집 불 꺼주느라 야단인데 정작 주인은 불끌 생각도 안 하고 며칠이나 굶었기에 혼자서만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며?』『이 사람아, 그 덩치에 자주 먹지 않고서야 불 끌 힘인들 생기겠는가?』
이렇게 해서 극한 상환에서도 성체를 지키려는 갸륵한 태도가「먹보 신부」라는 낮도깨비 같은 별명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아-몰이해하는 사람보다 겁나는 사람 없어라. 이런 곳에 교회 외부인들에게 쉽게 동화될 수 있게 하는 사목적 방법론이 연구의 장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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