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제기할 수 있는 하고 많은 질문을 가운데에서도, 생각해 보면 이 물음만큼 묘한 것도 드물다.
묻는 사람 자신이 그 질문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서양문화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인을 제외시킨 인간 이해의 역사는 생각해 볼 수도 없다.
그런데 18세기까지에는 성서가 말하는 바와 그리이스, 로마 철학의 기본 사상을 깔고 형성된 교의를 이의 없이 받아들여 해설하는 정도에 그리스도교의 인간학이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유럽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세계관과 달라진 의식 때문에, 인간문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입장에 그 접근방식에 있어서 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모든 진리의 백과사전적 보고로 믿어졌던 성서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부터 근본적 비판이 가해졌다.
그리고 실재 전반에 관해서 이를 정적이고 고정 불변하는 것으로 보던 입장을 떠나 모든 것이 움직이고 진화의 도중에 있는 것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 외에도 근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사조가 합세하여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인간학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심상태 신부의 이번 저서 역시 그런 사조에 충실한 역작이다.
저자는 인간에 관한 현대 대표적 사상가들의 기본 통찰을 적절히 받아들여 이를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망 속에서 해석함으로써, 인간쪽의 노력이나 직관만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깊이와 궁극적 의미를 밝혀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인간의 특징적 존재양식과 본질적 구성 요소들에 관해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 가고 있다.
제2부에서는「자유」「사랑」「고통」「죽음」「희망」등 삶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띠는 몇가지 소인들을 두고 이를 구명해 나간다.
다루어진 모든 주제들에 관해 이만한 정도의 개념과 논리상의 엄밀성을 보여주는 책을 우리말로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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