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1784년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후 2백주년을 보내고 이제 제3세기를 맞이했다. 지난 2백년간 한국교회가 걸어온 전례음약의 발자취를 뒤돌아 보면서 현재 우리 교회가 안고있는 문제점을 고찰해 보고 아울러 미래 교회음악의 방향을 재조명해보는 것은 새로운 복음화를 추구하는 이 시점에서 참으로 중요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
◆한국 교회음악의 발자취
한국교회의 전례음악은 1836년 최초로 입국한 모방 나신부, 1837년 샤스땅 전 신부, 그리고 앵베르 범 주교 등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주로 그레고리안 성가와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성가들이 전래돼 외국말 그대로 혹은 한국어로 고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오늘날 전해내려오는 각종 프랑스 성가책들과 기타 자료등을 동해 알 수 있다.
또한 오랜 박해중 모든 교회 활동은 제약을 받았고 심지어 선교사들의 순교로 사제가 없는 교회로도 여러번 있었다. 따라서 전례성가를 우렁차게 배우고 부르기는 힘들었다. 소수의 신자만이 구전으로 배우고 불렀으리라 생각된다.
1886년 한불조약 이후 비로소 종교의 자유를 얻기 시작하면서 전례성가는 공개적으로 불려졌다.
용산 신학교에서는 신학생들에게 정규 교육 프로그램으로 성가를 가르치고 1888년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가 진출, 예비수녀들과 고아들에게 성가를 가르쳐 전례중에도 성가를 불렀다.
1920년대 들어서면 성가가 상당히 보급되었음은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1921년 뮈텔문서를 보면 등사판으로 최소한 2백 7페이지가 넘는 성가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록으로만 남아있을뿐 성가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1924년에는 한국 최초의 성가집 전 68곡이 인쇄됐다. 한국어 가사에 멜로디만 5선악보에 그려져있다. 그후 대구ㆍ원사ㆍ장호원 등지에서 많은 성가집이 출판되고 널리 불려졌으며 1948년 혼성 4부 합창단과 오르간 반주를 위한 성가집이 故 이문근 신부에 의해 출판돼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남녀7세 부동석」이란 유교적 풍습과정가는 남성들만이 불러오던 중세기적 전통 탓인지 1944년에야 비로소 혼성합창단이 창단됐다.
1925년 명동대성당에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됐고 1948년 혼성합창을 위한 성가책이 처음 나왔다. 1970년대는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영향으로 성가와 성가책들의 춘추전국시대를 보내고 오늘에 이른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의 정신
▲전례성가의 필요성과 목적
제2차 바티깐공의회 전례헌장 1백 12조를 보면 『성가는 성대한 전례의 필요하고도 불가결한 구성요소』이며 성가의 목적은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성화 그리고 하느님 백성의 일치』에 있다. 따라서 성가는 다른 일반 노래와는 구별돼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과 서구의 팝송의 영향으로 교회의 전례음악은 심한 오염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중이 사용하는 세속(?) 노래에 가사만 교회의 것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무엇이 성가이고 무엇이 세속노래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전레헌장 1백12조는 『전 성교회의 전통적음악은 다른 모든 예술적 표현방식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돼있다. 교회음악을 올바로 이끌어 나가면서 가르치고 순수하게 보존ㆍ육성할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과 교회에 있다.
▲교회음악의 보존육성
『교회음악의 재보는 극진한 배려로 보존되고 육성돼야한다』 (전례헌장 1백 14조) 이말은 객관적인 교회음악을 의미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는 각지역 교회의 고유음악도 그 지방교회의 교회음악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같이 역사가 짧은 교회에서는 그지방 고유의 음악이 많을 수 없다. 따라서 전 성교회가 사용하는 성가를 사용하게 되므로 전례성가의 토착화가 시급히 요청된다.
공의회 이후 모든 분야에서 쇄신이 일고있다. 물론 전례성가에서도 공의회 정신에 맞게 쇄신이란 역사적 유물의 단절이 아니라 계속하면서 변화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 교회음악의 재보는 극진한 배려로 보존육성돼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내용은 전례헌장 1백 15조에 나와있다. 『신학교 남녀수도자들의 수련원과 신학교 기타 강습소 및 학교에서의 음악교육과 실습도 중요시해야 한다…음악교사들은 신중히 훈련돼야한다. 교회음악을 위한 전문학교 설치를 권장한다』 (전레헌장 115조) 그러나 한국교회는 나름대로 노력은 해왔지만 사실상 전담기구 마저없이 관심이 부족한 상태로 오늘에 이른다. 방대한 한국교회안에 전례음악을 위한 전문학교 하나 아직없는 실정이라 이런 모든것을 관장하고 교육ㆍ수집ㆍ분석ㆍ연구보존 등을 하는 전문학교 건립문제는 시급한 실정이다 . 왜냐 하면 이상의 모든 일을 혼자 할 수는 없고 여 러전문가들이 모여 힘을 합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음악의 토착화문제
한국인을 위한 한국가톨릭이란 점에서 볼 때 우리의 열이 담긴 교회음악을 갖는다는 것은 시급하다. 물론 다양성안에서 다일성은 지켜야한다. 이를 실현하기위해 우선 「한국음악」이 무엇인지 연구 분석하고 무엇이 교회음악에 들어 올 수 있고 무엇은 들어올수 없는지 가려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음악에 가사만 바꾼다든가, 리듬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종교적 가사만 사용, 토착화가 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미비한 점이 있을것 같다. 물론 하나의 시도로 토착화의 접근일 수는 있다.
어쨌든 토착화 문제는 많은 인력ㆍ많은시간ㆍ많은 연구분석이 뒤따르는 방대한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우선 전문학교가 설치돼야 하고 작곡가들이 연구한 작품을 이곳에서 연주하고 연주결과에 따라 다시 수정하다보면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전례음악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토착화란 현실을 무시한채 옛 것으로 돌아가는 것만도 아니요, 과거를 무시한 현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해내야하는 최대의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하나의 문화란 한 집단이 오랜세월을 두고 이룩해놓은 노력의 결실이요, 삶의 증거요, 영혼의 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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