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클럽」회원들이 적성검사를 받으러 왔다. 일찍부터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추어 이를 강화해 나갈 결심이란다.
여자와 남자는 애초에 다르므로 그 사는 모습도 다른것이 당연하다고 믿어온 성역할 고정관념의 벽을 부수고 새로운 場을 개척하고자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엄마가 평생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그러셔요』
『우리집은 아들이 없으니까 아들노릇 하려면 제가 일을 해야 되거든요』
『저는요 밥하고 빨래하는게 싫어요』
『우리 아버지는 열쇠 3개 챙길 능력이 없어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어머니가 불쌍해요…』
한 아이가 태어났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들이냐, 딸이냐』하는 물음을 던진다. 사람은 누구나 남자, 여자로 태어나서 자신을 자기의 성별에 비추어 파악함으로써 성적정체감(gender identity)을 갖게되는데, 파랑색ㆍ분홍색 울타리 속에서 키워 온 사회화는 여자다움, 남자다움의 준거를 세우고 성격과 가치관, 역할분담 등 개인의 삶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인 여성의 삶이 가정을 중심으로한 사적(私的)인 영역에 국한되어 인생을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머무름을 보면서, 기존의 가부장적 전통규범과 적지않은 마찰과 갈등을 예상하면서도 생애설계를 위하여 현실을 슬기롭게 헤쳐가려는 어린 여학생들에게서 자기성장과 자아실현을 향한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본래 사회란 남녀가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곳이고 가정도 마찬가지로 그러한데, 교육기회는 남녀공평하게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조건의 평등이 주어지지않는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에, 막대한 교육비를 투자하였으면서도 고급여성인력은 낭비되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교과서의 남녀역할 학습이 다르고 부모나 교사의 기대상과 덕목이 다르다. 특히 남녀 학생에 대한 가정과 기술의 분리된 교육과정은, 여학생은 당연히 가정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해서 가정운영의 책임자가 되어야하고, 남학생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게한다는 전통역할분담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하니? 남자는 인형 따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냐』라든가『여자가 왜 기계는 만지고 그래, 설겆이나해』등등의 잔소리를 직접간접으로 안 들어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속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태어난 딸들이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는 모습은, 언제라도 자신을 보살피는 누군가가 나타나 신데렐라처럼 그들의 삶을 바꾸어줄 구원한 무엇을 기다렸던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되리라. 사회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 사화에서는 『남자는 일터에, 여자는 가정에』라는 전통적 역할분담은 점점 붕괴될 것이다. 고정관념없이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상황에 고루 적응 할수 있는 바람직한 모습을 위하여, 좀 더 일찍 개인의 능력에 맞추어 삶을 설계하려는 초롱초롱한 눈빛들의 「딸둘클럽」회원들처럼, 남녀학생을 구분짓지말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정확히 평가한 진로지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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