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치로서의 사랑에 희생과 봉사가 따른다는 말입니까?
우선 사랑은 하나되기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은 지향하는 것이 아닌 하나를 지향한다는 말입니다. 만물간의 사랑은 결합으로 나타납니다. 반대로 미움은 분리로 나타납니다. 사랑의 행위는 통일을, 일치를, 결합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위대한 희생과 봉사 그것은 어머니의 자식을 위한 하나에로의 기원이 담긴 것입니다 어머님의 간절한 소원이 자식의 보다 영광된 내일에 합치하는 것입니다. 을순이의 그 희생적인 갑돌이에의 헌신은 간절한 소망이 하나에로 응결된 것입니다. 사랑의 행위가 희생ㆍ봉사ㆍ관용 없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랑이 동정이라고 하지만 동정으로서 사랑은 반드시 희생과 봉사를 부르게 됩니다.
교육애는 또 그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입니다. 교육애를 자연적인 것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자연적인 것과 같이 교사의 제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도 자연적이란 것입니다. 실제로 교육의 기술이나 교육적 지성 같은 것을 너무 앞세우지 않고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 있어서 교육은 선생님의 생도에 대한 영향력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 해 동안 선생님을 길러내는 일에 종사해온 경험으로 미뤄 보건대 이 말은 충분히 깊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일단 교단에 섰을 때 선생님으로서 창호와 선생이 되기 전의 창호와는 너무 엄청난 거리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울릉도의 험한 풍랑 속에서 자기의 제자를 구하기 위해 악마 같은 파도에 몸을 던져 제자를 구하고 자기를 버린 선생님의 혼은 교육애의 귀감이지요. 어찌 그 선생님만이 가지고 있는 희생이겠습니까? 룻소 같은 사람은 이 세상은 악한 것이라고 개탄하여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얽어매어 구속하는 이 묘지 같은 사회에서 살기보다는 자연의 세계 인위가 없는 세계를 동경하여 자연에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만한 사회도 없었다면 인간은 더욱 나쁘게 되었을 것이라고 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회적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필시 자연적 인간보다는 나은 것이고 그것은 결국 자아를 희생하여 타인을 위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가 나타남으로써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희생과 봉사도 다 가치적 지향으로서 나타난다는 점에 인간적 사랑의 우월성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가치적 지향으로서 희생과 봉사는 종교적 헌신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고 보겠습니다. 여기서 종교적이란 감각적 가치로서 쾌ㆍ불쾌의 가치나 또는 생명적 가치로서 생명 안전의 가치를 넘어선 말하자면 완전히 자아와 현실을 초월한 대아(大我)의 가치, 인류의 가치, 구원(久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유관순의 애국심, 잔다크의 애국심은 오직 나라와 민족을 염려하고 자기를 돌보지 않는 희생이었던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그 청초하고 숭고한 헌신은 오로지 이 민족 이겨레의 구원(救援)에만 뜻 두었던 것입니다.
김구(金九) 선생의 그 파란 많은 일생은 오로지 개인적 자아를 버리고 민족적 대아를 위한 희생이었던 것입니다. 사랑의 위대성은 결코 생명 창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의 유지 존속에도 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희생과 봉사의 값을 치루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도락인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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