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 여러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으심을 기억하며 영광스런 부활의 승리를 준비하는 사순절이 다가왔습니다. 사순절은 모든 인간을 구원하시고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 인간을 화해시키시려고 스스로 사람이 되시어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다가 잡히시어 고통을 받으시고 십자가상에 달려 죽으심으로 우리 모든 인간의 대속물이 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신자들이 기도와 보속과 사랑을 실천하는 특별한 기간입니다.
따라서 사순절 기간 동안 모든 신자들은 새로 이 신앙을 가다듬고 선행을 실천함으로써 모든 인간 형제들과 사랑의 화해를 이룩하고 나아가서는 하느님 아버지와 사랑의 일치를 이루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내적이고 개인적인 보속뿐만 아니라 동시에 외적이고 사회적이며 공동체적인 보속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보속은 현재와 같은 사회 상황에서 더욱 필요하고도 긴급한 것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복잡다단한 현대문명 속에서 합리주의와 편의주의가 신앙 속에까지 침투됨으로써 보속 극기와 같은 성덕의 개념이 희미하여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인류 공동체적인 연대감이 팽배하여지고 있는 현대에 우리 교회 안에서만은 아직도 소극적이고 개인적인 신심만이 신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신앙의 실천에 있어서 많고 좋은 일이 각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주교단에서는 금년 사순절을 맞이하여 예년과 달리 더욱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을 여러분께 권고하는 바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도처에 헐벗고 굶주리고 목 말라하며 병고에 신음하는 형제가 많다는 것은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여야 할 우리 크리스찬들에게 깊은 반성의 재료가 되며 그 일단의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 모두가 분명히 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란 것도 자각해야 하겠습니다.
이에 한국 교회의 사목을 책임 맡은 우리는 한국 교회 전체가 사순절 기간 동안 다음의 사항을 실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첫째, 금년 사순절 제3주 금요일(3월 18일)에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자는 공동 보속의 의미로 단식재를 지킬 것. 둘째, 단식재를 지킨 그 몫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교회에 헌납할 것.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크나큰 사랑에 감사하고 다가올 영광과 승리의 부활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재의 수요일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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