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자라야 할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기들은 말은 못하지만 그 슬픔이 누구보다 진하다. 이 슬픔을 친어머니처럼 어루만지며 양부모를 만날 때까지 돌보는「위탁모」한점례씨(요한나) 는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크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10명의 아기들을 키워 입양시켜온 한점례씨는 아기들과 헤어질 때 마다 가슴을 저미는 듯 한 아픔을 맛보았으나 다른 버려진 아기들이 떠올라 위탁모 활동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어머니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한씨는 앓는 아기를 안고 밤을 새우는 고통도 방긋 웃는 아기의 미소로 말끔히 잊어버리고 보람을 맛보고 있다.
한점례씨가 위탁모가 된 것은 태중 교우로 자라온 신앙의 배경과 희생적인 모성애 때문이었다.
84년 막내가 국민학교 4학년이 되면서 한씨는 어머니로서, 또한 신앙인으로서 봉사할 길을 찾아 대한 사회복지회에 맡겨진 아기들을 키우게 됐다.
핏줄을 나누지 않은 아기까지도 친자식처럼 돌보기를 염원한 한씨의 소망은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에 10명의 아기가 튼튼하고 명랑하게 성장, 양부모의 품으로 떠나는 열매를 맺었다.
아기들은 어머니를 빼앗긴 슬픔 때문인지 2개월 가량은 계속 울고 보채거나 병으로 고생하기 일쑤, 따라서 모든 가족들도 밤잠을 설쳐야했고, 자녀들은 자신들보다 아기를 먼저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록 잠깐 동안 자신의 가정에 맡겨진 아기이지만 아기가 사랑을 느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점례씨의 모습에서 가족들은 차츰 이해의 폭을 넓혀나갔다.
이제는 입양으로 아기가 떠날 때 한씨 못지않게 아쉬워하는 가족들은 본당의 반장과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단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어머니를 도와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업어주는 때도 많다.『처음에는「도로 데려다주라」고 떼를 쓰던 막내가 아기들을「날개 없는 천사」라고 부른다.』고 자랑한 한씨는 자녀들이 자라면서 자신의 참뜻을 이해해주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아내로서 주부로서 또한 어머니와 위탁모의 1인 4역으로 분주한 한점례씨는 앞으로 10년 동안 위탁아들을 더 키운 후 자신의 가정에서도 입양아를 받아들이고 싶다』면서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일 하느님께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그리고 위탁아들이 대부분 외국으로 입양되는 것이 안타까운 한씨는『기대하지 않고 무조건 내어주는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면서『예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한 가정이 한 아기씩 받아준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우리 손으로 우리의 버려진 아기들을 돌보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한씨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위탁모 일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신자주부들이 취지를 알고 보이지 않게 도움의 손길을 나누는가 하면 주위에서 자신도 위탁모로 활동하겠다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고 있어 한씨는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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