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평준화 이후의 새 골치로 등장한 문제중의 하나로「학생폭력서클」이 있다.
「불량서클 일제단속」「학교주변 불량배 근절」등의 행정지시에도 불구하고「중고생 폭력서클 서울만 백개 추산…백명 넘는 그룹도 많아…」「들어가긴 쉽지만 발빼기 어려워…」「모중학에선 한반에 30명이나 돈뜯겨」등의 기사가 신문에 계속되는 것을 보면 학교 안팎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청소년들이 줄어들기는 커녕 여전한 것으로 짐작 된다.
ㄹ은 하교길에『있는대로 내놓아』하는 힘깨나 쓰는 반친구에게 돈이 없어 대신 시계를 빼앗겼다. 그뒤 수시로 친구들은 ㄹ을 괴롭혔다. 가방을 들게하고, 돈을 빼앗고, 시키는대고 하지 않으면 괜한 트집을 잡아 때린다든가…
부모님께 털어놓았다가 담임선생님께『못된 학생들이 선량한 애를 괴롭히는데 이래서야 어디 마음놓고 공부할 수 있겠느냐?』는 항의에『학교에서의 난처한 일을 집에 가서 먼저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꾸중만 들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친구들의 괴롭힘은 그 정도를 더해 갔다.
그 누구한테도 위로받을 수 없고, 도움받을 수 없었던 ㄹ은 이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의 변화가 크고 성숙하지 못한 만큼 쉽게 상처받고, 작은 일에도 가슴 조이며 두려워 하는 시기에 ㄹ의 위축된 감정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러나 사실은 ㄹ의 두려움이 오히려 폭력학생들을 끌어 당기는 유인력이 되고 있었다. 가해학생은 ㄹ에게서 자신의 일부 즉관심과 밀착을 요구하는 부분을 발견, 이를 공격하게 되었던 것이고, ㄹ은 자신의 나약함을 처벌해 주는 존재로 보고있었던 것이다.
한편 무의식속에 ㄹ은 세상을 향해 방어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공부와 삶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또래들에게 굴복했다는 수치심과 아울러 강한 복수심이 잠재되어 누군가를 죽이는 환상을 갖게 되었다.
상담은 정신적인 긴장, 악박감에서의 해방을 목표로 하고 더 궁극적인 목표는 건전한 인격형성에 두고서 부모와 담임과의 공동노력을 통하여 ㄹ에게 활기에 찬 대화와 활동을갖도록 지지요법이 적용되었다. ㄹ의 자아와 고통을 통해서 무엇이 그 마음과 몸에 깃들어 있어야 하는가를 보게 하면서 적개심을 말로써 자유로이 표현토록 격려하였다.
ㄹ이 겪은 교우관계와 학교생활 부적응은 가정과 학교가 긴밀하게 관찰을 나누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비교적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청소년의 비행이나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학교·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적 성장만을 중시하는 학교환경 등에서 연유하는 환경적·사회적 요인들이 단시일내에 제거되기는 어려움으로 청소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겠지만, 청소년들이 밝고 명랑하고 건강한 자의식을 갖도록 지도 육성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청소년 들을 성급히 다루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느긋이 참고 기다리는 아량을 베풀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청소년 폭력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소년들이 스스로의 태도를 고치는 것이 공격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즉 걸을때는 똑바로 당당하게 걷고 공부시간이나 노는 시간 등에 나약함과 의존성을 보이지 말며, 가해자에게 자신도 방어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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