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오늘날 우리가 전하는 복음 말씀이 세상에 생명과 구원을 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 각자와 그의 몸인 교회 전체에 생생히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순절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에서 김 추기경은 빛과 생명과 희망과 기쁨을 가득히 담은 메시아적 교회의 참모습은 수난의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그 속에 담겨져 있다고 교시하면서 교회가 세상을 구하는 길은 오직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길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 2면에>
김 추기경은 이어 사순절의 진정한 의미는『단순히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것만이 아니고 그 수난에 실제로 동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그리스도는 오늘도 굶주림과 헐벗음 등 가난한 이들의 고통 속에 병자의 신음 소리에 옥고를 치르는 수인(囚人)들의 모습 속에 인간의 모든 비참과 불행 그 죽음에서 수난의 길을 가고 있다』고 깨우쳤다.
『그리스도 신자란 먼저 그리스도와 함께 남을 위해 죽는 사람들』임을 일깨운 김 추기경은 이 같은 신자 의식이『한국 교회 안에 가장 결핍된 정신』인 동시 우리의 삶 역시 복음적 가난에 역행하고 이에 대해 저항마저 느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우리는 겸손도 모르고 사랑과 용서, 봉사는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고 경고한 김 추기경은『이런 판국에 우리가 전하는 복음 말씀이 생명과 구원의 말씀으로 전달될 리는 만무하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김 추기경은『어떤 불의와 부정이 이 사회 속에 저질러져도 상관치 않고 그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도 개의치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크리스찬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교회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다운 교회이기 위해서는『불의와 부정을 보고 침묵하지 않을 뿐더러 그 불의와 부정, 또는 희생자들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알고 어떤 수난이 있더라도 이들을 구하는 십자가를 대신 져야 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끝으로 김 추기경은 이웃과 함께 하는 교회의 삶을 하나의 큰 지표로 삼고 있는 금년에 모든 신자는 마음의 문을 열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을 필요로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도록 촉구했다.
이와 아울러 김 추기경은 3월 18일에 있을 단신재와 그 몫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교회에 헌납하는 성금운동에도 전 신자가 적극 참여해 줄 것을 권면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