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흥종교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계통을 이루는 것은 물법계이다. 이 계통의 종교들은 찬물을 마시게 함으로써 심신의 모든 죄악과 고통 그리고 질병들을 치유하고 도통에 이르게 한다고 하여 찬물교계라고 불리기도 하며 창시자의 이름을 따라 봉남계(奉南系)라 불리우리도 한다.
이 종교의 창시자는 제주도 출신인 김봉남(1898~1950)이다. 그는 8세부터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하였으나, 14세에 위장병에 걸려 만성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18세때에는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육지로 나와 여러 신흥종교들을 찾아 다녔으며 많은 도인(道人)들을 만나기도 하였고, 21년간 입산수도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그는 1937년 경남 기장의 연화산에서 두 차례의 백일기도를 드리던 끝에 하늘로부터「물법」을 받고 피가 맺힌 고깃덩이 하나를 토해냄으로써 마침 재병을 고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1943년 강신체험(降神體驗)을 하면서 중생의 3고(三苦)를 해탈하고 심수법(心水法)의 원리를 터득하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게 되었는데 그에게서 질병을 치유받은 사람들이 그를 생불(生佛)로 추앙함으로써 하나의 교단으로 창립되었다. 이 교단의 교세가 커지게 되자, 일제 당국은 그를 사도난민(邪道亂民)의 혐의로 체포하여 고문을 가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교단은 한 때 크게 위축되기도 하였다.
8·15 광복 후, 그는 교단본부를 부산 영도로 옮기고 본격적인 포교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지를 순회하면서 많은 추종자를 모아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그가 사망하게 되자, 그의 제자들은 교권문제와 교리해석문제로 저마다 종단을 세움으로써 이 종교는 여러개의 종파로 분파되었다.
이 계통의 종교들은 과거 부산과 제주도에 밀집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국 각지로 폭 넓게 퍼져 나가고 있다. 주요 종단으로서는 삼법수도원, 천지대안교, 성덕도, 무량교 용화삼덕도 등이 있으며, 그 밖에도 20여개의 종단이 더 있다. 그리고 신도의 수효는 2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종교의 신앙대상은 초기에는 물이었으나, 그 후에는 물질로서의 물이 아닌 물법이라는 신비를 신앙한다. 물법이란 단식을 하고 주문을 계속 외우며 찬물을 마심으로써 심신의 죄고(罪苦) 와 질병을 퇴치하고 도통에 이르게 된다는 수도법을 말한다.
이들은 이것을 일컬어 대도지법(大道眞法)이라고도 한다. 물법계에서는 찬물은 인간의 심기(心氣)를 맑게 하고 심화기화(心和氣化)의 작용을 한다고 설명하면서, 물은 우주만물을 생성하는 원질(原質)이며 만물을 키우는 생명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교리에 따르면, 인간의 심성은 본래 깨끗하고 맑은 것이며, 인간의 체력은 우주의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물의 기질을 가짐으로써 생기가 왕성하다.
그리고 인간이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은 깨끗하고 맑은 마음에 죄악과 번뇌가 생겨 심성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성이 더러워지면 자체에 오염이 생기고 생명에는 수기(水氣)가 결핍되며 생기(生氣)에 지장을 초래하여 질병이 생기게 된다. 즉 질병은 인간의 심(心)·기(氣)가 수기를 잃어 버렸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법을 통해 심수(心水)의 법(法)을 육체에 불어 넣고 신체의 생명수를 충족시켜야만 질병은 치유된다고 한다.
이 종교에서는 질병에 대한 치료방법으로서 마음을 밝히는 참회와 주문암송, 기를 깨끗이 하는 찬물마심과 안찰 및 단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신체의 질병은 마음의 잘못에서 온다고 하여 물법치료를 받기 이전에 죄를 자백하라고 환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물법계 신흥종교의 교리에는 유교·불교·도교의 교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윤리 규범으로 삼강오륜(三綱五倫)과 인의도덕(仁義道德)을 강조하는 것은 유교적인 것이며, 참회와 심성을 강조하는 것은 불교적인 것이고, 주문을 암송하고 물을 마심으로써 신비적인 체험을 하는 것은 도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찬물요법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유·불·선 삼교의 진리 통전(統全)한 대도진법의 시행이라고 주장한다.
물법신앙은 이 계통의 종교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간 신앙이나 원시종교, 그리고 현대종교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신앙이다. 정화수(井華水)를 떠 놓고 비는 행위나, 신단위에 청수를 바치는 행위, 그리고 성수·세례·침례 등의 종교의식은 물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종교적 신행(信行)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물을 생명이나 만물의 원동력으로 간주하는 사상은 고대 희랍의「탈레스」(Thales、BC 624~546)를 비롯하여 동양사상에서도 이미 제시되었던 사상이다. 그러한 물의 이법(理法)이 이 종교에서는 음양조화의 이치、역리(易理)、술수(術數) 등의 전통적인 사상과 결합하여 하나의 교리로 체계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법계 신흥종교는 약수 마시면서 병을 고치는 운동이 재래의 민간신앙 뿐만 아니라 유·불·선의 교리를 습합하여 만든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법신앙이 최근에는 일부 그리스도교계 신흥종교의 생수교리(生水敎理)나 치유행위에도 자주 발견되곤 한다. 물법계 신흥종교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미신타파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행은 종교적 차원을 떠나 과학적으로도 입증 가능한 것이며 결코 미신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미신타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