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이상이 모여 사는 공동사회에서는「나」와「너」의 관계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사회에서「나」의 행동은 개인이 행동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란 바로 생활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가르쳐주는 일은 삶의 자세를 바로 잡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라 하겠다.
□은 표정도 없이, 소리도 없이 몇시간을 울면서 괴로운 심정을 이야기했다. 모든 관계에서 실망만 하게되고 상처만 받게 된다는 □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처의 경험을 털어 놓도록 했더니 부모의 싸움 끝에 본 싸늘한 엄마의 눈빛을 떠올렸다.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고부간의 갈등, 결혼전의 기대와 어긋나는 현실에서 늘 억울한 감정을 갖게 된 어머니는 불화가 있을 때마다 아버지를 꼭닮은 □에게 혹독한 보복을 했던 것이다. 어쩌면 첫딸인 □을 귀여워하는 남편에게 여성으로서의 무의식적 경쟁 의식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와 사랑에 굶주린 아이는 다르다. 어른이든 아이든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하면 꼼짝을 못한다. 노예가 된다. 노예가 되지 않기위한 방어로써 적개심이 생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한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던 □은 아내와의 편안함을 위해 □을 외면하게 된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은 뒤 부모로부터 이름을 불리어 본 기억이 없다.
어머니는 사랑하지 않는 보상이라도 하듯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형처럼 유명브랜드로 치장시킨 □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 앞에 내놓고 왜곡된 모녀관계를 감추고 싶어 했다. □의 의견은 언제나 묵살당했다.
노랑색을 원한다해도 빨강을 안겨 준다든가··· 그 잔인성은 교묘하게 얽혀져있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다정한 말한마디라도 들어보았으면』하는 외로움과 그리움에 매달려 잠못자고
괴로워한 밤은 얼마나 많았던가. 부모의 애정대신 학교 선생님께 매달려 보았다가 또다른 상처를 받고 달팽이 마냥 꽁꽁 움츠려들게된 □이지만 내적인 강인함은 대단한 힘이었다.
□은 부모로부터 돈은 얼마든지 받아낼수 있었으므로 「나혼자 살 힘이라도 기르자」는 생각으로 유료상담소도 찾아가보고, 자율훈련소에도 가보고 신경정신과에도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은 그 어느 곳에서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만한 정서적 기반을 찾지 못한채 병원순례를 전전해 온 것이다.
사랑받고 싶은 강력한 욕구가 있는 □은 모든 대인관계가 모녀관계패턴처럼 사랑을 받지 못하게되면 어쩌나 하는 감정과 대결하다가 차라리 고통받지 않기 위해 언제나 포기하거나 달아나고 있었다. (fight-flight) 상담이 거듭될수록 전이 감정이 얼마나 적개심이 강렬해졌다. □의 저항은 의존적 사랑의 욕구와 상담자에게 버림받지 않을까하는 예기불안에 대한 분노의 방어로서 나오는 증상이다.
□의 불행함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동안 상담자는 적절한 부모의 태도를 가지고 초자아를 교정해주면서 □의 마음 안에 행복한 감정을 재위치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있지만 새로운 상을 만드는 시간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할 것 같다.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사랑하는 감정을 갖고 자랄때만이 정서적으로 성숙하게 되어 선의의 인간, 좋고 강하고 안정되고 만족한 배우자, 부모, 국민으로서 그의 건설적인 힘을 사용하고 균형있는 삶을 즐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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