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896년부터 1936년가지 장호원본당(현(現) 청주교구 감곡본당) 을 사목한 파리외방전교회 임 가밀로 부이용 신부의 사목단상을 담은 회고록으로서 여동찬 교수가 번역한 것을 본란에 연재한다. <편집자註>
음력 1월 1일인 1895년 1월 26일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 따라 장호원을 지나치면서 동쪽으로 5백m지점 언덕 아래쪽에 기와로 뒤덮인 커다란 집 한 채를 보았다. 전조였을까?
『성모께서 이 대궐 같은 집을 소유하고자 하시면 내가 그의 비천한 종이 되겠노라. 매괴성모가 주보가 되셨도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12달 후에 생각지도 않게 누군가가 그 집의 구매를 나에게 제시했다. 내가 가진 돈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액수였으나 3달 후에 그 집은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여 불타버리고 말았다. 불과 15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는 이 집의 잔해들을 사들였다. 그리하여 이 집은 매괴성모의 성당이 되었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새로 부임한 선교사로서 1893년 9월 7일에서 12월 13일 사이에 서울에서 실습을 받고 페레올 (Ferreol) 주교가 영면해 있고 첫 번째 한국인 순교자 신부이신 복자 안드레아 김 (Andrea Kim:김대건) 의 시신이 1898년까지 묻혀 있던 미리내에서 4개월간 실습을 마친 후 1894년 볼에 강원도 원주군으로 부임했었다.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24km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부엉이들이 계곡」이라고 불리는 부엉골이었다. 또한 이름에 걸맞게 그곳은 아주 외진 곳이었다.)
1866년 박해가 있은 후 10년 뒤에 비밀리에 입국했던 새 선교사들은 하느님의 사업을 재건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지 교회 ( (Societe)바리와방전교회)의 초기부터의 전통에 따라 신학교 건립을 염두에 두었다. 두 명의 순교자 즉 뿌르띠에 (Pourthie)신부 및 쁘디니꼴라 (Petitnicolas) 신부가 몇몇 신학생들을 초가집에서 가르치던 비론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들은 체포되어 서울로 송치되었는데 예전에 안전한 교우들의 마을이었던 배론은 외인(外人)들에 의해 온통 점령되어 버렸다. 거기서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은 사려 깊은 일이 아니었다. 조정에서는 아주 유서 깊은 「배론」이란 이름을「금지된 수치스러운 마을(악마의 의미)」이란 뜻으로 지명을 변경시키면서 그곳에 대한 추억을 완전히 말살시켜버리고자 했다.
파리 외방전교회 총장의 형이시고 또한 불랑(Blanc)주교님에 의해 신학교 사업을 재건할 책임을 부여받으신 아쉴르 로베르(Achille Robert)신부께서는 호랑이와 부엉이들만이 살고 있는 이 험준한 산속의 마을 부엉골 보다 더 나은 장소를 찾지 못하셨다. 몇몇 교우들이 그를 도와주러왔고 그들은 함께 근처 숲에서 통나무를 베어 밀짚들로 엮어 초가를 짓고 벽을 7~8cm 두께로 된 진흙 섞인 벽토들로 뒤덮었다. 호랑이가 보호해 주는 포효성 그리고 이 교인들에게는 불길한 징조의 새인 부엉이들의 음산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신학생들의 미래의 궁전인 오두막집을 지었고. 기껏해야 4~5명의 신학생들만 구하면 되었다. 교실은 동시에 성당ㆍ동동숙소 및 식당으로 사용되었다. 더 많은 사람이 모였더라면 당국의 감시를 받을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겨자씨에 다름없지 않았던가? 우리 주님께서도 그렇게 시작하지 않으셨던가?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 특별히 다른 것을 취하신 것이 있으셨던가? 흙을 몇 번 삽질하여 만들어졌던 남자와 여자는 하느님의 모습으로 된 그들의 영혼으로 말미암아 숭고한 존재가 아닌가? 이 보잘 것 없는 부엉골의 신학교도 주의 「조그만 양떼」와 동일한 것이 아니겠는가? 부엉골 이란 이름은 아주 적절했다. 왜냐하면 태양이 지는 것을 오후 3시에 볼 수 있었으며 계곡은 협소했고 양쪽의 산들은 가팔랐다. 당연히 신학교는 태아의 상태로 존속될 수밖에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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