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와 같이 사랑의 중요한 관계로서 만남을 다시 다음과 같이 말하고자 합니다.
나와 너가 하나가 됨은 둘이 합쳐서 하나가 된다는 뜻인데 사랑은 근본적으로 물질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관찰하여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 않습니다. 두 사랑이 합하여 하나가 될 때는 사랑 없이는 될 수가 없습니다. 처녀와 총각이 결합하여 부부가 되는데 부부가 사랑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만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명목상 부부가 있을 수 있지만 사랑이 없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부부는 아니며 만남이 없는 부부가 있다면 그것은 부부의 참모습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만남은 사랑의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자꾸 만나보니 사랑하게 된다는 단순한 원리가 바로 그런 것이랍니다.
많은 옛날 얘기 가운데 주인공은 이 만남의 원리에 의거하고 있는 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런 애타는 사랑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도령의 사랑이 하나로「만남」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사랑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암행어사의 높은 지체로서의 춘향과의 하나에의 희구가 있었으며 모진 매질과 억울하고 비참한 옥살이에서도 이도령을 그리는 하나에의 의지가 춘향에게 있음으로서 만남을 기약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만남은 달콤한 사랑의 열매를 맺게 했던 것입니다.
만남은 사랑의 씨앗입니다. 만남으로 사랑이 움트고 만남으로서 사랑이 자라납니다. 만남은 더 높은 차원에서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만남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만남 없이 새로운 생명은 탄생되지 못합니다. 모든 생명 있는 것 생명적인 것은 만남으로서 만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남녀의 혼인은 생명 창조의 가장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혼인 없이 생명은 탄생되지 아니합니다.
비록 그것이 비합법적이라 하더라도 만남은 그 생명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만남은 생명 창조의 기원이 될 뿐 아니라 화해(和解)의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대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원수 간이라도 만남이 자주 되면 이미 원수 간의 감정은 없어지게 마련입니다. 흔히 부부간에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들도 서로가 자주 만나게 되면 모든 오해가 다 풀어질 수 있게 됩니다. 아무리 흉악한 죄인이라도 그의 친구에게는 동정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친구는 그를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거기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본질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런 사실이 잘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옛말에 아무리 효자라도 나쁜 마누라보다 못하다(孝子不如惡妻)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아무리 효자라도 악처만큼 가까이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천 냥 빚 말로 떼운다는 속담도 있으며 협상을 정치의 중요한 과제로 삼는 이유도「만남」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때문인 것입니다.
만남의 뜻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것의 가장 높은 단계의 것은 영혼적인 것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즉 하느님과의 만남이 그것입니다. 그 하느님은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내 안에서 만나는 것입니다. 가장 위대한 만남이 바로 이 영혼적 만남인 것입니다. 영혼적 만남을 설명하면서 다시 부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만남은 대화라는 형식으로 사랑에 접근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화라는 것을 말하자면 말(言語)을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말없이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대화 없는 만남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대화가 반드시 말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만남의 사랑에의 통로를 중시하는 의미에서 나는 대화를 몇 가지 유형으로 생각하고자 합니다.
대화는 대체로 크게 두 가지 형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언어적 대화요 다른 하나는 행동적 대화입니다. 언어적 대화는 다시 소리 있는(有聲) 언어로서 대화와 소리 없는(無聲) 언어에 의한 대화가 있습니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