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성당 한 구석에서 외로이 의자를 닦고 있는 늙은 노파.
그 노파의 모습은 크고 화려한 것들에 익숙해 온 많은 사람들에게 결코 감동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연못에 던진 작은돌이 큰 파장을 일으키며 다가오듯이 노파의 작은 행동하나는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신앙인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 도림동본당 이옥순 할머니(81ㆍ마르따)는 누구도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는 자질구레한 일을 자신의 몫으로 기꺼이 받아들여 새로운 기쁨을 창조하는 작은 빛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80넘는 고령에 구부러진 허리, 초라한 행색으로 영락없는 촌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마르따 할머니는 매일새벽5시 성당마당 청소를 시작으로 냉당자 방문, 환자봉성체 길 안내, 개구장이 단속 등 빡빡한 일정 속에 나이 들어가는 것조차 잊고 지내고 있다.
경기도 용인출생으로 20세 때 상경한 이후 줄곧 도림동본당 관내에서만 생활, 금년 5월 50주년을 맞은 도립동본당의 산증인이기도한 마르따 할머니가 자신의 모든 생활을 몽땅 본당 일에 투신하게된 것은 고령의 나이에 심심풀이로 시작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성당이 더러우면 먼지가 나 신자들이 기분나빠할 것이라는 단순함과 냉담자를 결코 지나치지 않는 영성, 그리고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고 싶은 선의의 독불장군 기질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5시면 성당마당을 쓸어야했고, 하루에 1백리도 넘는 길을 걸어 다니며 냉담자 가정을 방문해야 했으며 성당청소, 의자정리 등 온갖 자질구레한일들을 자신이 직접 감독, 관리해야 했다.
때로는 본당신자들의 불평을 들어야 했지만 80년을 한결같이 동정을 지키며 살아온 외로운 노인 앞에, 또 한 작은 일이지만 헌신의 노력으로 앞장서 나가는 단순하고도 순수한 신앙 앞에 모두들 존경과 사랑을 보내곤 했다.
또한 하루에 1끼 정도밖에 식사하지 않는 자기절제와 본당신부의 잘못을 직언하는 칼 같은 성격으로 「주교님」이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얻기도 했다.
60년간 회두시킨 냉담자가 얼마인지, 방문한 환자가 몇인지 또한 대세를 준 사람이 몇 명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마르따 할머니는 사는 집이 일정치도 않고 수입원 또한 전혀 없지만 건강은 신기할 정도로 좋은 편.
『6년 전 교통사고로 4주동안 입원했는데 퇴원 후 성당에 와보니 청소가 전혀 돼있지 않아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며 『나는 무식해서 봉사가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주님의 집을 가꾸는데 소홀하면 아무짝에도 못 쓴다』고 성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일체 함구한 채『신앙은 재미보다 생활 그 자체여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철학을 편 마르따 할머니는 모든 기도문을 다 외워 책 없이 기도회를 주도하고, 자신도 잘 먹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폐품을 팔아 모은 5만원을 교육관건립기금으로 선뜻 내놓은 기이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기이함도 크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은 일에 60년을 바쳐온 마르따 할머니의 순수와 역점을 더욱 승화시켜주며 많은 지성인신자들의 관념적 신앙생활에 큰 자극제가 됨은 분명한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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