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학의 제문제 중에서 성(SEX)문제만큼 모호하고 조심성이 따르는 문제도 없을 것 같다. 성문제는 성이 인간다움의 하나의 본질이면서도 도덕문제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므로 잘못하면『암을 수술하려다가 심장을 찍어내버리는 식』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자연히 양극단론이 생기게 되나 보다. 한편에는 도덕률을 지나치게 결부시키는 보수과 윤리신학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관능에만 최우친 소위 프리섹스(Free Sex)의 관능과 우상이 활보한다. 양자가 다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는 외곬수 사상일 게다. 왜냐하면 성은 인간에 실재하는 것으로서 적어도 불결한 그 무엇도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관능적인 것만도 아닐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우들 특히 젊은이들을 지도하며 다니는 동안, 성과 관련된 웃지 못할 문제들을 가끔 접하게 되었고 그 문제의 대부분이 교회의 신성성과 성이 상극한 것으로 오해함으로써 비롯된 것임을 보아왔다.
10여년 전 어느 본당에 초청되어 갔었다. 마침 판공성사 때여서 많은 교우들이 고백성사를 받으려고 고백실 앞에 줄줄이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고백실 안에서 무어라 고함치는 신부의 소리가 들렸다. (고백신부로서는 좋은 태도라 할 수 없지만 때로는 이해할 만도 하다)
모두 어리둥절해 있는데 잠시 후 얼굴이 벌겋게 된 한 청년이 고개 숙이고 나왔다.
왜 그런지 사정을 알 턱 없는 교우들은 인내성 없는 신부의 태도에 반발하는 듯 모두 동정의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 그렇다고 왜 그리 되었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문제여서 궁금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훗날 우연한 기회에 그의 입을 통해 그 경위를 알게 되었다.
사건인즉 이 청년 결혼한 지 3개월- 순박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다. 총각 시절에 어지간히 철저히 6계 9계명을 배웠던지 여자라면 어머니 외에는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였단다. 중매결혼하여 한창 신혼 재미에 흠씬 빠져 있었다. 이 잉꼬부부, 어른들의 눈을 떠나 다정하게 둘이서 성당에 오다가 조용한 산길에서 자기 아내가 더없이 예뻐 보여 그만 점잖치 못하게(?) 자기 아내를 껴안고 열렬히 뽀뽀를 했단다. 미사 전 30분. 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하고 고백성사를 준비하려는데 성모상을 쳐다보니 아차 죄책이 되어 몹시 부끄럽더란다. 그래서 자기의 잘못(?)을 통회하고 고백실에 들어갔던 것.
그런데 운이 나쁘게도 많은 고백자에게 시달린데다가 중언부언 필요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할머니들 고백에 신경이 곤두선 신부를 만나게 되었다.
더듬거리며 고백하는 이 청년의 죄(?)를 들은 신부님, 그만 인내심을 넘고 만 것. 성질이 급하신 이 신부님, 큰 소리로 고함 친 훈계 또한 걸작.
『이 사람아! 그와 같이 당신 아내에게 열렬히 뽀뽀할 때마다 특별은사 하나씩 더 받게 돼요!』
성은 불결한 것이요, 철저히 자기를 방어하지 않는 이상 무서운 죄의 수렁에 빠진다는 암시로 잘못 교육된 하나의 사례(事禮)이다.
큰 뱀의 위협 앞에서 참새는 그 위험에 지나치게 질식될 때 나를 수 있는 날개의 기능을 잊은 채 나를 수 없는 존재의 먹이가 되고 만다. 무한으로 비상(飛翔)할 가능성을 지닌 인간의 넋이 잘못된 성교육의 철책 안에 갇혀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였다.
성은『불결한 것』그러면서도『어쩔 수 없는 것』이란 이율배반(二律背反)의 갈등을 갖고 있는 젊은이가 요즈음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는 없다.
비롯 요즈음 젊은이들이 설깬 성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형태가 바뀌었을 뿐 이 문제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남녀 고교생이 성체를 영하지 않으면서도 학생 액션에는 열성적인 것은 어째서일까?
죽음을 자초하는 줄 알면서도 친구로 주신 에와를 슬프게 할 수 없었던 아담의 이율배반적인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자멸의 길을 가게 하였듯이 많은 젊은이들은「아담의 갈등」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눈치코치 보아가며「어두운 곳의 사랑」을 하지 말고「밝은 곳의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기성의 선입견을 버린 친절한 배려가 더 많이 있었으면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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