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우리사회의「인권실종」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한해였다. 크게는 형제복지원,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서부터 작게는 노사분규, 철거현장의 폭력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그늘 속에서 자행된 엄청난 인권유린의 실태 앞에 모두는 경악과 슬픔을 금치못했고 한편으로는「실종된 인권을 찾자」고 한껏 목소리를 높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상처받은 인권」은 망각의 시간속에 함몰돼 갔고, 어느덧 선거의 열풍과 함께 단골 공약메뉴 정도로 등장하고 있다. 대림기간을 맞아 가장 애타게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사람들, 망각과 무관심속에 방임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인권실태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금년 1월 17일 부산지검 울산지청은 부산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씨(57)와 간부 5명을 특수감금 초지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박원장이 수용자 1백84명에게 무임금으로 하루 10여시간씩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이중 1명은 뭇매로 숨지자 병사한 것으로 꾸며 불법매장 했다는 사실과 함께 박원장이 20여억원이 든 예금통장과 신탁증서 30장, 미화 5천달러, 일화 5백46만엔을 개인금고속에 숨겨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당시 신민당 진상조사단의 발표내용이었다. 조사단은 75년부터 12년간 복지원에서 사망한 수용자는 5백 13명에 이르며, 사망자는 의대 실험용으로 3~5백만원에 팔려나갔다고 폭로했다.
조사단은 위생 80~90%가 강제로 끌려온 무고자로서 이들은 무보수 중노동은 물론 툭하면 구타를 당했으며 워낙 철저한 경비때문에 탈출을 엄두도 못냈다는 사실도 포착했다.
이밖에도 조사단은 각종 인권유린 행위, 국고횡령, 감독관청의 방임 등을 밝혀내 사회의 큰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같은 형제복지원의 파문은 2월 2일 충남양지원(원장·박종구), 대전 성지원(원장·노동성)을 비롯 전국 부랑아 수용시설에까지 급속도로 파급됐으며, 급기야 2월 10일 성지원에서 신민당 진상조사단 및 취재기자 폭행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에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보사부와 여당은 ▲수용실태 공개 ▲부랑인 심사기구 설치 ▲개인위탁관리 불허를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건발생 10여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법안들의 시행여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하나는 형제복지원 박원장에 대한 사법부의 조치. 당초 원심에서 벌금 6억 8천여만원과 징역 10년이 선고됐으나 지난 11월 12일 대구고법이 원심을 파기, 벌금없이 징역 4년을 선고했는데 원심파기 이유는『원생 불법강금죄는 인정되지 않으며 그동안의 정상을 참작한다』는 것이었다.
이에대해 법조인들은『형평을 벗어난 지나친 특혜』라고 비난했다.
또 한편에서는 법시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근거로 현재까지도 유사 수용시설에 부당노동력 착취, 공금횡령, 폭행 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시 남구 청학동 융신모자원(원장·유창복). 이곳은 비록 부랑아 수용시설은 아니지만 관계법이 동일 적용돼야 할 법인체로써 인척중심 운영으로 인한 각종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총 38가구의 영세미망인 가족들이 살고있는 이곳은 각종 국고보조금 및 구호품횡령, 하루 12시간 이상의 반강제노동, 폭행이 줄을 잇고 있으며, 심지어 천주교신자들에게는 성당에 못나가게 하는 등 종교자유마저 박탈당하고 있으나 아직도 근본적인 시정이 이뤄지고 있지않다고 한다.
이처럼 불우수용시설내 인권유린 문제가 끊이지 않고 또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까닭은 많은 시설들이 운영자에 따라 운영방향이 상당히 달리 나타나기 쉬운 개인운영에 맡겨지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전국부랑아 수용시설은 총 36개로 이중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21개에 이르며 종교단체 10개, 행정기관직영 5개로 돼있다.
이런점에서 현재 천주교가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은 상당히 높은 평점을 받고있는 편. 마리아수녀회의 갱생원, 오웅진 신부의 꽃동네, 오수영 신부의 오순절 평화의 집, 성모영보수녀회의 서울시립영보자애원, 포항예수성심시녀회의 나자렛 마을 등 교회운영시설들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모범적인 선도, 자활갱생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들은 내부적으로 상당한 재정압박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재정을 후원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익히 그 어려움을 짐작할수 있지만 좀처럼 후원회원이 늘지않는 것도 그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대림을 맞아 사회의 어두운 한구석에서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그리스도를 애타게 찾는 이들. 이들은 지금도 착취와 폭력의 암울함 속에서 이웃의 손길과 관심을 기다리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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