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894년 부엉골에 도착했을 때 그 신학교는 조약의 보호아래 수도 서울의 성벽들로부터 약 4km떨어진 용산으로 이미 옮겨갔는데, 신학교 맞은편에 우리 순교자들을 처형한 장소(절두산 및 여의도 백사장)가 있었다.
겨자씨는 오늘날 두개의 커다란 가지를 소유한 거대한 나무로 변했는데, 그 나무에 수많은 새들(신학생)이 쉬러 와서 조선 사람들의 영혼을 천당으로 올라가게 하고 있다. 대(大)신학생들이 용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성안의 백동에는 약 1백 50명의 소신학생들이 있다. 이 두 기관은 웅장하고 광대한 건물들도 포함하고 있다. 배론과 부엉골, 너희는 어디로 갔는가? 너희들의 보잘 것 없음이 우리 조상들의 열심으로부터 영혼의위대함을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가!
1894년은 격동의 한해였다. 7월에 조조(Joseau)신부가 사망하시고 나는 3일후에야 중국 군인들에 의한 그의 학살소문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일본인으로 오해받았을 가능성이 아무 많았다.
우리가 있는 지역까지「동학」의 봉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정치적 운동은, 1893년 가을 전라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1866년 대박해의 장본인 성정(대원군)이 동학에 직접 관여했다고 한다. 하여튼 동학은 선전포고의 거추장스러운 예비절차도 없이, 중국과 일본사이의 전쟁을 유발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동학의 교리는 신비스러웠으며, 이교도들이 가톨릭에 부여한 명칭인「선학」에 어느 정도 대치하는 개념이었다. 동학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고통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대량학살 당했으며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으로 말미암아 배교했다. 선교사들 역시 조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조조(Joseau)신부님 외에는 인명피해가 없었다.
부엉골에서는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았으나 연장자이신 르메르(Le Merre)신부께서 나에게 오셔서, 내가 젊어서 상황을 잘못 인식하고 있으니 즉시 서울로 떠나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명령 앞에는 복종하는 도리 밖에 없었다. 때는 하천이 범람하는 시기였다. 서울로부터 약 85km정도 떨어진 한가의 지맥 아주 가까이 부엉골이 위치해 있어서 나룻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다. 선배님(르메르 신부)께서 나더러 에집트로의 예수님 피신장면을 묵상하라고 했다.
정오에 출발하여 지체없이 물길을 따라 간다면, 수도로부터 4km 떨어진 곳에 내일 일요일 8시경에 도착하게 될 거라고 뱃사공 등이 일러 주었다. 편주(片舟)로부터 내릴 때, 우리 정면에 일본군대의 순찰대가 있는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예고도 없이 전쟁이 발발했던 것이다.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의 상황 속으로 우리는 빠져들었다. 연장자의 자격으로, 르메르 신부님은 3번 주먹질을 받았다. 그들은 젊은이를 불쌍히 여겼으며 나를 초소 쪽으로 힘차게 떠밀어버리는데 그쳤다. 내가 밀린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나도 떠밀어 버렸는데 그 불쌍한 땅딸보 병졸은 길가에 있던 물이 가득찬 논 속으로 쳐 박혀 철벅거리는 꼴이 되었다. 경비대 특무상사는 외국인을 처음 보았음에 틀림없었다. 그는 후리들을 대구로부터 오는 중국인들로 착각했던 것이다. 장황하게 담판하다가 나는 마침내 여권을 생각해 내었다. 붉고 커다란 도장을 보자마자 하사관은 우리에게 백배사죄했고 우리는 서울로 향하여 미사를 집전할 수 있었다. 10월 말에 매괴 성모에게 드리는 9일기도가 끝난 직후 그녀의 보호아래 우리는 임지로 되돌아갔다. 폭동으로 말미암아 뿔뿔이 흩어져버린 우리 교인들에게 오히려 늦은 시기였다. 12월부터 공소순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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