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2월 24일 저녁. 평시 떠들썩하던「워싱턴」의 토마스 로타리는 거의 인기척이 없었다. 로타리 주변에 있는 큰 호텔들의 창문엔 불이 꺼져있었고 사무실과 현란하던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아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남자들을 호객하던 매춘부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집없는 이들을 제외하고. 그 고요함 속에서, 토마스 로타리에서부터 붉은 사암으로 된 루터교회까지 가는 길에는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었다. 교회에는「워싱턴」의 집없은 이들과 일년내내 이들에게 봉사하는 이들이 모여 예수의 탄생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워싱턴」의 루터교회 존 스타인브럭 목사와 이 교회 신도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는『집없는 이들의 축제』라는 의식이 마음 속 깊이에서부터 박혀 있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일생동안 떠돌아 다니시며 사신「집없는ㆍ메시아」가 오심을 축하한다』고 스타인브럭 목사는 말했다.
스타인브럭 목사는 10년전부터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교회를 집없는 이들을 위해 제공해 왔다. 스타인브럭 목사는『10년전 이 교회에 처음와서, 머리 누일 곳도 없이 초라한 이들을 보았을 때, 도무지 사람같이 보여지지 않아 당혹했다』고 털어놨다.
그뒤, 크리스마스 이브 예배를 주례하면서 루가복음의 말씀이 그 목사의 가슴을 강렬히 두드렸다. 즉『여관에는 그들이 머무를 방이 없었기 때문에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2, 7).
『그 말씀은 나를 감동시켰다. 이 집없는 이들이야말로 우리 주변의 그리스도이다』라고 자신의 내적체험을 들려 주면서 스타인브럭 목사는『그 말씀은 매우 강력했다. 나는 신학교에서나 신학책에서 깨닫지못했던「그리스도께서 아니 계신데 없이 곳곳에 계신다」는 사실과 그분의 티없으심과 함께 그분에 대한 신뢰심을 한꺼번에 깨달았다』고 자신이 집없는 이들에게 열정적으로 봉사하게된 계기를 밝혔다.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정말 좋은 날입니다』라고 이 교회의 성서공부팀에 참여하고 있는 집없는 여인 에스터씨가 말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부터 교회에서 따뜻한 식사와 함께 하루 쉴 곳을 제공받았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합니다…그 분은 머무실 곳이 없었어요. 그분은 좋은 곳에서 태어나도록 선택되셨어요. 그 분은 왕이셨기에…그러나 그분은 그러하지 않으셨어요…내 생각으론, 겸손을 나타내 보이시기 위해』하고 에스터씨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크리스마스?…』붉으레한 얼굴의 데레사씨는 눈을 번뜩이며『나는 보통 위스키 한잔과 에그노그를 교회에서 얻어 먹지요』라며 흥겨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다려요. 그 날만은 축복받았다고 느껴요』라고 누더기를 걸친 빠뜨리치아 여인은 말했다. 그녀의 누더기는 쓰레기통에서 주운 것이었다.
한편, 집없는 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왔던 레바씨는『나는 크리스마스가 외로운 이들에겐 슬픈 날일 것이라고 느껴요』라고 말하고『우리에겐 집이 있고 빵이 있고…』라면서 말끝을 맺지 못했다.
스타인브럭 목사는『집없는 이들을 위해 잠잘 자리와 음식을 준비하는 이들로서는 크리스마스 이전이 힘든기간』이라고 말했다. 스타인브럭 목사 부부도 다른 봉사자와 함께 노동을 비롯 갖은 잡일을 해 오고 있다.
스타인브럭 목사 부인은『크리스마스 축제에 모인 이들은 모두 하나의 가족이된다』고 말하며『거기엔 매우 많은 추억들과 다양한 삶들이 있으며…』라고 이야기 하면서 축제 때 부를 크리스마스 캐롤 연습을 위해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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