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6ㆍ25 당시 메리놀회 소속으로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한 패트릭 헨리 클리어리 신부의 종군일기이다. 본보는 최근 클리어리 신부의 종군일기를 입수, (본보 12월 6일字 11면)계성출판사 최정오(마리오)씨의 도움으로 번역, 全文을 연재함으로써 6ㆍ25의 참상과 민족의 고통, 그리고 교회가 겪어야했던 아픔 등을 독자들과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
■1950년
▲6월 23일 금요일
로이 페티프렌 신부와(내 사목지인 서울대목구 서정리에서 남쪽으로 5마일 거리에 있는 평택에서 활동하는 친구) 나는 오늘 서울에 갔다가 케롤ㆍ더피ㆍ부쓰 신부 그리고 버언 주교와 함께 이번 건국기념일은 다음 목욕일(사도 베드로와 바오로 축일인 6월 29일)에 버언 주교관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점심 때가 조금 지나서 우리는 서정리까지 50마일을 왔던길을 따라 남쪽으로 치를 돌았다. 서정리에 도착하자 페티프렌 신부는 곧장 그의 숙소까지 5마일을 더 달려갔다.
▲6월 25일 일요일
공산군이 북에서 쳐내려온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지난밤 자정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남쪽으로 가는 피난민 대열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국도와 철길을 따라…걷거나 혹은 온갖 수송수단을 다 동원해서…
▲6월 27일 화요일
남으로 가는 피난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이곳은 서울 남쪽 50마일지점, 집과 성당은 고지대에 있고 건물뒷편으로 1백야드 거리에는 서울 부산간 국도가, 또 앞쪽으로는 같은 거리에 경부선이 지나간다. 숙고에서는 양쪽길이 다 보이기 때문에 수많은 피난민 대열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녁때 첩보부대 장교 4명ㅡ미군 소령과 대위 그리고 한국군 소령과 중위ㅡ이 잠시 머물다 갔는데 그들은 케롤과 더피 신부가 비행기로 서울을 떠나 일본으로 갔다고 전해주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산군이 곧 철수할 것이라며 내게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그들은 민간인들이 서울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홍보임무를 띄고 부산으로 가는길인듯 했다.
▲6월 28일 수요일
7시 미사를 드리고 감사기도를 바친후 제의실을 막 떠날 순간에 서울 노주교님의 비서이신 김바르나바 신부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말했다. 『서울다리가 끊겼어요. 이건 공산군을 막을수 없다는 뜻이예요. 피난가야 해요』나는 아침을 급히먹고 있는데 신자들이 점점 오며들었다. 그들도 내가 빨리 준비하고 떠나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간밤에는 CIC장교들의 말을 믿고 싶어서인지 난 떠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더우기 나는 몸이 아프다.
필요한 채비를 차릴 기력도 없다. 그러나 신자들의 성화를 이기지못해 드디어 나는 동의하고 미사도구와 옷가방을 챙겼다. 건물 열쇠는 양씨(전교사)에게 맡겨 건물관리를 부탁했고 내가 돌아오지 못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여러가지 물건들을 관리인 김요셉과 그 아내인 장마리아(요리사)집에 맡겼다. 장마리아의 오빠이자 목수일을 도맡았던 장분도씨와 나는 오전 11시에 서정리를 떠나 남으로 지이프를 몰았다. 페티프렌 신부는 평택에서 합류했는데 그 역시 지이프를 몰았다. 우리는 정오에 평택을 떠나 오후 5시에 대전에 당도하였다. 대전의 시대목구 교구청에서 우리는 몬시뇰 라리보 그리고 죠지 신부 및 다른 신부들로부터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6월 29일ㆍ30일
미군 제24사단이 일본에서 진군해왔고 기지 병원이 대전에 세워졌다. 거기서 나는 프로테스탄트 군목 한사람을 만났는데 그가 KMAG에 근무할 때 종종 도와준 일이있는 사람이다. 그는 이 병원에 가톨릭 군종신부가 아무도 없다면서 누가 정식으로 부임해 올때까지라도 임무를 맡아달라고 부탁해 왔다. 나는 즉각 동의하고 그 일을 맡았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에 없지만 6월 30일에서 7월 4일 사이의 어느날, 나는 그 프로테스탄트 군복과 적십자사 요원 몇명과 함께 대전역에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북진하는 최전방에서 부상당한 첫 미군들을 맞이했다. 기차는 오후 6시에 오기로 되어있었지만 밤 11시가 되어도 도착하지 않았다. 정일을 보면 알수 있겠지. 내가 역 플렛포옴에서 들것에 누운 사람에게 담배불을 붙여주는 장면을 어느 사진사가 스냅으로 찍었다. 그런데 설명문에는 내 이름이 패트릭 올리어리 신부로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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