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대학 입시원서 접수마감 결과, 두드러진 특징은 눈치 배짱 지원이 줄고 소신 지원자가 늘어났다는 보도이다. 또 남은 기간동안 마무리 공부에 치중하여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상향지원의 경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을 보면서 위로와 격려의 말들이 그 초조함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 하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자신이 평생을 걸 수 있는 전공과목을 선택해놓고, 대학선택보다 학과선택에 더 중요한 관심이 있었다면 합격확률이 높다고 본다.
일류대학에 집착, 원치않는 학과에 입학함으로써 결국 4년을 허송하는 우를 피할 수있는 것이 얼마나 현명한가.
적성과 관계없는 학과에 들어간 학생들이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해 재수를 하고 심한 경우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정신질환까지 앓는 경우를 허다하게 알고있다.
물론 대학에서의 전공과목이 한사람의 장래를 완전히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진로설정에 있어 전공선택이 갖는 의미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것도 또한 아니다.
ㄷ은 3학년 올라온 후 성적이 오르지않아 온가족이 초조하고 긴장된 시간이었다. 「3당 4락」이야기가 있지만 도저히 잠안자고는 체력유지가 안되어 5시간정도 수면을 취해야 했다. 묵묵히 하느라고 하는데도 언제나 결과는 기대밖이었다. 성미 급한 아버지는, 지쳐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ㄷ에게『사내녀석이 그따위로 의지가 약해서 어디다 써먹느냐』고 소리소리 지르곤 하였다. 명령즉시 불복종인 부하를 처벌하는 지휘관과도 같았다.
그동안『이것도 해야겠고 저것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득차 너무 초조한 나머지 공부를 계획대로 해내지못한 ㄷ은, 아버지의 불같은 성화도 다「애정의 표현이지」하면서 참아왔는데….
아무리 실전에 강하다해도 안전지원을 하느라고 요리조리 재다가 선택을 한 학과의 경쟁율이 예상외로 5대 1을 넘어섰다. 마무리 공부에 최선을 다해야지 하면서도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은, 실패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시험에 떨어지면…』하는 생각은 공포, 걱정, 불안을 몰고와 기진맥진이 되게 한다. 어버지의 속상해하는 말씀도 염려로 들리지 않고, 어머니마저 대학가기는 다 틀렸다는듯이 빈정거리는것 같았다. 정작 대학에 실패하면 가장 비참함을 경험하게될 사람은 수험생 당사자인 ㄷ이다.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이라면 욕심대로 간절히 바라기만해도 좋을 것인데 왜 건드리시나. 가뜩이나 초조한 ㄷ을 건드려서 화를 돋구어 놓으면,ㄷ은 책상에 앉아 공부대신 온갖공상을 다하고 있었다. 현재가 불만스러울수록 공상의 세계에서는 더 만족한 자신의 모습을 본다.
ㄷㅡ『전 집을 나올래요 돈벌어서 자립한뒤 대학에 가겠어요. 기어코 하바드대학에 갈거예요. 그래서 보란듯이 아버지 앞에 나타나겠어요』
상ㅡ『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 꿈이 실현되면 얼마나 좋겠니,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바드대학은 ㄷ이 간절히 원하는 꿈이었는가. 현재가 너무 비참해서 갖는 꿈인가. 구체적인 정밀탐색을 하게 했더니 ㄷ은 싱긋이 웃는다. 내 욕심대로 내 기준대로 모든 것을 보게 된다면 자타를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받아들이지 못할때 노이로제가 된다.
평생 고3이라면 뉘라서 견디어내랴, 정신적인 압박감, 긴장에 짓눌려 체력까지 한계점에 와있을 수험생에게 가족 모두 의식적인 노력으로 심리적 중압감을 덜어주어야할 것이다. 「꼭 합격하라」등의 발언은 부담감을 주어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뿐이다. 어둡고 긴긴터널의 어둠이 지나가면 햇빛출렁이는 푸르름이 펼쳐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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