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을 맞으시는 김창석(金昌錫)신부님의 묵상 에세이집「신부님의 연인들」을 받아들고 우선 그 제목에 적지 아니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것이 출판사측의 의견으로 부쳐진 것임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그 처럼 파격적인 제목을 순순히 받아들이신 신부님의 대담하고 개방적인 성품의 일단이 엿보이는 듯하여 즐거웠다.
김창석 신부님은 원래 생각이 클뿐더러 풍부하고 세련된 감성의 소유자로 평소에도 재치와 유머 있는 화술로 듣는 이를 편하고 즐겁게 해주시는 분으로 알고 있다. 해서「신부님의 연인들」이란 제목도 바로 김 신부님의 그런 재기와 유머감각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천품이 그러시니 글 또한 일상 말씀처럼 간결하고 솔직하며 한마디로 재미있다. 흔히 사제의 글이라 하면 대체로 무겁고 딱딱하여 재미없는 것으로 잘못 알기 쉽건만「신부님의 연인들」을 읽어본 분들이면 이글이 첫 대목부터 마지막까지 한달음에 재미있게 읽힐뿐더러 문득문득 가슴에 와 닿는 감동과 깨우침에 놀랐을 것으로 안다.
가령 신부가 왜 독신이어야 하는가를 놓고 너무도 간단명료하게 짧은 우화로 설명해 내시는 그 기지 어린 높은 해학성이라든가 신앙이란 무엇인가라는 어렵고 힘든 문제를 담담하고 소박한 경험으로 핵심을 풀어내는 꾸밈없는 솔직성이라든가, 사랑의 의미, 용서의 기쁨, 고통의 신비 등 실로 종횡무진으로 인생의 용서의 기쁨, 고통의 신비 등 실로 종횡무진으로 인생의 갖가지 문제들을 거침없이 진단하고 처방하는 신부님의 처방은 명쾌하고 신선하다. 지나차게 의미를 천착하거나 긴 설명으로 독자를 피곤하게 하는 일도 없고 또한 목청을 높이는 요란스러움도 없다. 그저 담담하고 따뜻한 육성으로 조용조용 이야기하듯 다독이신다.
이제 화갑을 맞으시며 사제생활 37년을 돌아보는 남다른 지점에서 문득 살아오신 생애동안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바로 신부님이 그처럼 사랑하신 연인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이 책의 의미가 감회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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