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하다는 것은 사형에 해당되는 죄를 범한 사람도 아니요 그런 죄를 범하려고 하는 사람도 아님을 뜻한다. 어떠한 국가권력이나 개인권한으로서도 무죄한 자를 직접 죽일 수 없다. 무죄한 자는 죽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폭군이나 어떤 독재자가 무죄한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할지라도 그 명령에 따라 무죄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 소생할 수 없는 환자가 병고에 시달리는 것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소위 안락사를 허락할 수도 없다.
무죄한 자에 대한 살인은 첫째로 낙태하는 행위이다. 사람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귀한 영혼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태아가 몇 달인가를 불문하고 어떤 이유라도 무죄한 태아를 죽일 수 없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태아를 죽일 수도 없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처녀가 아기를 가졌기 때문에 그 수치를 면하기 위해서 낙태를 할 수는 없다. 「좋은 목적을 위해서 나쁜 방법을 쓸 수 없다」이것이 윤리원칙이다. 낙태를 종용하는 의사나 부모들은 중죄를 면할 수 없다. 어머니 배속에 들어있는 태아도 나와 꼭 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내가 살기 위해서 네가 죽어야한다」는 원칙이 성립 안 된다면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배속에 있는 태아가 죽어야 한다는 이유는 성립이 안 된다. 그러나 산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약물을 썼는데 그 결과로 태아가 죽게 되었다면 그것은 직접 살인이 아니다.
두 번째 무죄한 자의 살인은 생명을 걸고 하는 결투이다. 생명을 걸고, 개인과 개인이 죽음의 계약을 하고 흉기로 싸우는 행위를 결투라고 한다. 어떤 이유든지 생명을 거는 결투는 허용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전쟁이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사이에 일어나는 무력의 싸움을 뜻한다.
국가의 공익과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위한 것이라면 전쟁은 허용이 된다. 원칙적으로 의로운 전쟁에서만 적군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쟁이 의로운 전쟁인지 불의한 전쟁인지 일반 국민들은 가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은 국가의 명령에 순응하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천주교 신자가 국가의 통치자인 경우 절대로 불의한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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