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버지는 반공포로 출신으로 외로운 집안이었으나 어머니 동생 합해 네 식구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비극은 그가 7세 때. 아버지가 나무하러 갔다가 불의의 추락사고를 일으킨 데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그 사고의 후유증으로 눈에 백태가 생겨서 실명하고 만다.
연약한 어머니는 남편과 자식 남매를 위해 가난한 살림을 꾸려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나 무리를 한 나머지 고혈압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고 만다. 그때 미자가 13세. 동생의 나이 10세.
이때부터 그들 남매는 병든 부모 대신 살림을 도맡아 나간다. 교육감의 표창까지 받을 만큼 똑똑한 동생이지만 중학교 진학을 비관하지 않고 누나를 돕는다.
밥 지을 줄도 모르고 큰빨래도 하지 못한 미자로서는 모든 게 벅찬 일이지만 이웃의 따뜻한 도움으로 차츰 집안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농사일에도 발벗고 나선다.
소가 있을리 없는 그들은 누나가 지게에 밧줄을 달아 쟁기에 연결시켜 동생이 쟁기를 잡으며 소 대신 쟁기를 끄는 등, 눈물겨운 고역을 치루기도 한다.
그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친구들이 학교에 다니고 화장이나 하며 편히 지내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이런 고충을 참아나간다.
그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저금을 하여 백2십8원에서 시작된 저금이 1만5천 원이 되는 것을 보고 절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 무렵 조그만한 계기가 마련된다.
사과밭에서 적과(摘果)를 해서 받은 임금 1천8백 원이 그들의 살림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 1천8백 원 중에서 1천2백 원 주고 강아지 한 마리를 산다.
자기는 정성 덕에 강아지는 몰라보게 커서 6천8백 원을 받을 수가 있게 되었다.
그 개를 판 돈 주에서 3천 원을 주고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산다.
사료값이 비싸므로 잔반을 얻어먹이고 여기저기 호박을 심어 사료에 충당한다.
얼마 후 돼지는 28관이나 나가 5만8천 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송아지 한 마리를 4만8천 원에 산다.
때마침 돼지값은 비싸고 소값은 떨어지는 시기라 이런 흥정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 송아지를 정성으로 키운다. 1년 만에 22만 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무서운 재산의 증식을 보고 그 자신도 놀란다. 그는 쉬지 않았다. 소를 판 돈으로 황소 한 마리를 17만 원을 주고 되산다.
그리고 그 황소를 기술적으로 그리고 정성을 다하여 키운다. 두 달 만에 되팔고 보니 25만 원에 사료값 제하고 6만 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다시 송아지를 사고 남은 돈으로 이번에는 사과나무 백십 주를 사서 사과밭을 만든다. 그동안 일에는 익숙했던 그였으므로 과수원 일구는 문제는 큰 고통을 당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지금은 어엿한 과수원 주인이 된 셈이다.
겨우 천8백 원으로 시작하여 불과 3년 만에 과수원의 주인 소리를 듣게 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그는 깨닫는다. 역경을 비관만 하지 않고 근면하고 성실하게만 살아나가면 언젠가는 하늘의 도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그동안 그는 아버지를 의료원에 보내 눈 수술을 받게 한다.
다행히 아버지는 한쪽 눈의 시력을 회복한다.
그에겐 앞으로 두 가지의 꿈이 있다.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던 동생을 진학시키고 결혼시키는 일 그리고 자기 자신이 결혼하여 어느 집의 착실한 맏며느리로 들어앉는 일이다.
반공포로 출신의 아버지라 친척이 없어 외로움을 많이 겪은 그로서는 흔히 처녀들이 기피하는 맏며느리가 오히려 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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