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이 말씀은 예수님의 믿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 강론을 통해 예수님의 믿음과 우리의 믿음을 살펴보고 비교하고자 한다.
예수님의 믿음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먼저 믿는 그 자체를 말해보자. 믿음에는「달라는 믿음」과「믿는 믿음」이 있다. 믿는 믿음이라는 말이 애매하다고 하면 행동하는 믿음, 받아들이는 믿음이라고 해도 좋다.
달라는 믿음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달라는 대로 주시겠지 하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도 믿음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더욱이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위험성 있는 부족한 믿음으로 봐야 하겠다. 그 위험성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①자기중심적 이기적이 될 수 있다. ②상대방을 믿는 것보다는 자신의 재주나 힘ㆍ연기력을 믿게 된다. ③자칫하면 상대방의 선함을 이용하게만 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믿는 믿음의 경우「제네사렛」호숫가에서의 베드로의 믿음을 들 수 있다. 『선생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이 말 중에「그러나」가 굉장한 의미를 내포한 말이며 이 한마디로 베드로는 예수님께 잡혔다. 이 한마디로 그리스도를 따랐고 끝내는 십자가 위에서 주님을 닮은 죽음에까지 따라갔다. 베드로는 물고기가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오랜 어부생활의 경험으로) 예수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베드로는 물고기가 없다는 것을 아는 자신의 좁은 안목의 지식보다 더 넓은 시야로 보시는 그리스도의 지식을 믿었고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믿는 마음이란 무엇보다 겸손한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 즉 인간으로서 제한된 나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믿음이란 체험에서 생긴다는 것, 모범적인 행동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믿음을 살펴보자. 예수님의 믿음이란 표현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왜냐하면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이시므로 모르는 것이 없으면 믿음 또한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인 동시에 인간이셨다. 이것은『죄 이외에는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다』는 성 바오로의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장면에서 예수님도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의 첫 기도는 광야에서의 기도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인간인 예수님은 부르심인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광야로 나가셨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세 가지 유혹을 당하셨는데 그것은 모두 예수님의 소명과 관련된 것들이다. 즉 하느님이 택하신 이스라엘 민족을 구하기 위해 어떤 메시아가 될 것인가에 관한 유혹들이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 세상의 권력과 힘을 포기하는, 모욕당하는 메시아의 길을 과감히 택하셨다. 예수님의 기도의 정점은「겟세마니」동산에서의 기도이다『아버지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십시오』이 말씀은 예수님의 기도생활의 핵심이며 당신의 모든 생활 방식과 그 신비의 비밀을 열어주는 열쇠이다. 예수님은 오직 한 가지를 위해 사셨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뜻과 영광이었다. 예수님의 기도의 일괄적인 주제는 아버지의 뜻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고 이런 기도는 꼭 들어주신다.
「겟세마니」동산에서 예수님은 평화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돌아가실 때 완전한 믿음으로 가득 찬『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고 기도하실 수 있었다. 부활하신 후에 밀알처럼 썩어야 형태가 다르고 다른 차원에서의 생명을 얻는다는 실재를 체험상의 지식으로 아셨지만 죽는 그 순간만은 체험상의 지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믿음상의 지식으로 아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믿음을 살펴보자. 많은 경우 우리의 믿음은 달라는 믿음밖에 못 된다. 이런 믿음은 앞에서 말한 대로 위험성이 딸린 믿음이다.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보복을 하지 마시오』이런 말씀대로 해본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원수를 사랑하고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시오』『좀이 먹고 녹이 슬어 못쓰게 되며 도둑이 들어와 훔쳐가는 이 땅에 재물을 쌓지 말라』는 말씀을 지킨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는 예수님이 산상수훈을 통해 말씀하신 것처럼 가난한 사람, 온유한 사람, 옳은 일에 목마른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옳은 일을 하다 또 예수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갖은 비난을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가르친 예수님을 믿는가? 믿느냐 안 믿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했느냐 안 했느냐를 먼저 각자에게 물어봐야 하겠다. 이 모든 말씀들을 실제로 실천하지 않고서도 믿는다고 하면 그것은 추상적 이론적이고 공중에 뜬 헛된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님을 믿어보기 전에 시킨신 대로 해보자. 『내가 곧 생명의 빵입니다…』『나는 세상의 빛입니다…』『당신들이 내 말에 산다면 당신들은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당신들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정말 그런가? 그렇다! 예수님의 말씀에 한 번 따라가 보자. 믿어 보자. 믿고 시키신 대로 실천해 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살아있는 체험을 해보고 나아가 그런 체험을 통해 생기는 이 세상의 모든 사슬에서 해방된 하느님 안에서의 자유를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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