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벌집 앞에서 벌이 윙윙 날고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 윙윙거림은 저들 나름의 대화의 수단이라고 합니다.
한 마리가 발견한 꽃의 위치에 다른 벌이 조금도 착오없이 똑바로 날아가 꿀을 따오는 것을 보면 그들의 대화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보통 벌은 그들끼리의 대화 수단으로 거리 방향을 알리는 데는 8자형 날기와 벌집과 태양과의 각도 및 8자의 크기 및 속도로서 그 꽃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린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훌륭한 대화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곤충에게도 이렇게 대화가 행동 표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사람에 있어서야 더욱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대화를 이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실상 대화는 논리적인 의미보다도 윤리적인 의미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대화는 일치의 시작이요 사랑의 시발이며 동시에 화해의 어머니요 만남의 아들입니다. 만남도 대화도 궁극적으로는 일치의 과정인 것이며 사랑은 서로가 이루는 곳에서만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나는 사랑의 원리로서 일치의 원리를 말하고 일치의 원리를 하나가 된다는 것, 자연에 합치하는 것, 동정하는 것 희생과 봉사, 만남과 대화의 순으로 보아왔습니다. 어느 것이나 사랑은 일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다를 바 없습니다. 어느 의미에서나 일치 합일 결합 통일을 지향함으로서 사랑에 접근되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 현저한 예로서 나는 부부의 일치, 모자의 일치, 사제의 일치를 들고자 합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부부는 하나입니다 서양 말로는 좋은 신부 좋은 신랑을 말하기를 좋은 반쪽(The better half)이라고 합니다만 그 어원은 그만 두고라도 부부는 각각 반(半)인 것입니다. 둘이 합쳐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둘이 합치지 않으면 온전하지 못하며 하나가 되어서 사랑을 이룩한다는 뜻입니다.
모자의 일치는 더욱 큰 사랑의 시발이 됩니다. 어머니보다 숭고한 사랑의 모범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어머니의 사랑은 운명적이라고 할 만큼 일치에 근원하는 것입니다. 동양에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있습니다만 나는 그것을 꼭 나쁜 것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치의 원리로 볼 때의 그 삼종지도는 오히려 더없이 아름다운 사랑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사제의 일치는 사랑의 열매입니다.
페스탈로찌의 사랑은 그 불쌍한 고아와 버림받은 청소년과의 일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줄탁동시」란 말이 있습니다. 한 마리 병아리가 태어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밖에서 계란을 품어주는 어미닭의 보온과 배려가 있고 안에서 계란의 껍질을 쪼아 밖으로 나오는 자체의 힘이 서로 일치함으로써 계란은 병아리로 부화되는 것입니다. 교육도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헤겔은『세상에서 위대한 일 치고 정열 없이 성취된 것이 없다』고 용감하게 결론지었습니다. 열기서 정열이란 정신적 면의 우위성을 주장하고 있는 말입니다만 교육에 있어서 이 정열은 진리에의 정열 즉 진리에의 사랑임에 틀림없습니다. 하나의 진리에의 각성은 선생님의 진리에 대한 정열과 학생의 진리에 대한 정열이 마주치는 곳에서 이룩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승은 그 제자로 하여금 진리에로 인도하는 것이 사명이며 그 진리에의 각성은 사제 일치의 정열, 진리에 일치하는 정열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 사제의 일치는 곧 사랑이란 것입니다 사랑을 제외하고 일치는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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